제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를 앞두고 일선 병원들의 치열한 물밑 준비작업 열기가 달아 오르면서 이번 지정평가의 관전 포인트 역시 서서히 잡혀가는 모습이다.
오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인정되는 ‘3차 병원’ 자격을 취득하기 위한 평가기준은 이미 공개된 상황. 예비주자들은 일찍이 각 항목별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월 ‘제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기준’을 확정, 발표하고, 오는 2023년 8~11월 평가 진행 후 12월 최종 명단을 공표할 예정이다.
최상위 의료기관 명성에 걸맞게 중증환자 비율과 중환자실 확보비율은 물론 국가감염병 대응 역량 확인을 위한 음압격리 병상확보율, 코로나19 참여 기여도 등이 평가대상이다.
당락 좌우할 ‘입원전담전문의’
여러 항목 중에서도 이번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관전 포인트는 ‘입원전담전문의’다.
이번 지정평가에 새롭게 포함된 입원전담전문의 배치수준이 병원들 희비를 가를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물론 입원전담전문의 배치는 절대평가 항목이 아닌 만큼 의무는 아니지만 2점의 가점이 주어지는 만큼 병원들로써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숙제다.
경쟁이 치열한 권역의 경우 소수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가산점 2점은 병원들에게 너무나 절실한 점수다.
복지부가 제시한 입원전담전문의 기준은 300병상 당 1명 이상이면 1점, 1명 미만 ~ 0.4명은 0.75점, 0.4명 ~ 0명은 0.5점이다.
여기에 입원전담전문의팀 구성현황에 따라 가장 잘 갖춰진 3형은 1점, 2형 0.5점, 1형ㅇ 0.3점이 주어진다. 즉 전문의 수와 전담팀 구성에서 각각 최고점을 받으면 2점을 얻는 구조다.
평가대상은 2022년 12월 15일부터 2023년 6월 14일까지 6개월이다. 때문에 각 병원들은 오는 15일까지 입원전담전문의 채용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수도권 일부 병원을 제외하고 입원전담전문의 채용이 원활치 않다는 점이다. 지방 대학병원들은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원서를 기다리고 있지만 지원자가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대학병원 분원 역풍, 의사수 비상
의사수 역시 이번 지정평가에서 눈여겨 봐야할 대목이다.
시설이나 장비 등은 어떻게든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지만 최근 심화되고 있는 의사인력난 상황에서 의사 구하기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수도권 대학병원들의 분원 열풍으로 의료진 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를 앞둔 병원들의 근심이 클 수 밖에 없다.
실제 최근 3년 사이 서울과 경기도 지역에는 은평성모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을지대의정부병원, 중앙대광명병원 등 대학병원 분원이 잇달아 개원했다.
기존 지방 대학병원 교수들의 가파른 유입은 물론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교수들도 이들 분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사례가 늘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수는 2019년 2만1437명에서 2021년 2만2629명으로 늘었지만 기관 당 의사수는 510명에서 502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에는 경증환자 회송체계 활성화를 이유로 전담인력을 2명에서 3명으로 강화했고, 입원전담전문의까지 감안하면 부담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尹 대통령의 약속, 제주대병원 승격여부 주목
예비주자 중 최대 관심은 제주대학교병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제주대병원의 상급종합병원 승격을 약속한 만큼 그 이행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01년 개원한 제주대학교병원은 20년 넘게 만년 종합병원에 머물러 있다. 규모와 역량을 떠나 진료권역이 서울권역에 편제돼 있어 엄두를 내기 힘든 구조였다.
때문에 제주도민의 원정진료로 인한 관외의료 유출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5년 관외 유출 환자 비율이 7.4%에서 2019년 8.4%로 증가했다.
관외 의료비 지출도 2015년 1068억에서 2019년 1930억원으로 증가했다. 10년 전인 2009년 관외 유출액이 964억원임을 감안하면 10년간 2배 이상 증가한 결과다.
제주도가 지속적으로 ‘의료자치’를 외치고, 윤석열 대통령이 제주대병원의 상급종합병원 승격을 약속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제주대병원도 적극적이다. 이미 상급종합병원 진입을 위한 TF팀을 꾸렸고, 150병상 증설 계획도 세우는 등 내년 지정평가에 철저히 대비하는 모습이다.
다만 서울권역에 편제돼 있어 현재 구조로는 제주대병원의 진입 가능성이 높지 않은 만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진료권역 분리 등에 기대를 걸어봐야 한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