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플랫폼 '약 배송' 서비스를 두고 약사계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일부 업체들이 '방문 수령'을 원칙으로 내세우며 갈등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모양새다.
이들은 약사계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갈등을 피하는 한편, 우호적인 이미지로 경쟁력을 찾아가겠단 구상이다. 현재 닥터나우, 올라케어, 굿닥 등 대부분 업체가 약 배송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추이가 주목된다.
의료정보 플랫폼 기업 후다닥이 이달 초 비대면 진료 서비스 '후다닥 케어'를 출시했다.
눈여겨 볼 점은 후다닥이 내세운 원칙이다. 후다닥 케어는 의약품 배송 방식을 우편이나 택배가 아닌 방문 수령만 가능토록 했다. 이는 약국 및 약사 역할 중요성과 약물 오남용 예방 같은 약사법 취지 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후다닥은 또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설계했다. 기존에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 온 환자가 필요 또는 사정에 따라 비대면 플랫폼을 통한 원격으로 재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뒀다.
회사 측은 "비대면 진료 서비스 가이드라인과 의료법 일부개정안 등을 참고해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서비스를 설계했다"고 밝혔다.
특히 "도서 벽지 환자, 국외 거주 환자, 복지 및 교정 시설 내 환자, 감염병 환자 치료 및 관리 등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비대면 진료를 활용해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과 형평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메디버디도 환자가 약국에서 직접 조제약을 수령하는 방문 수령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환자가 플랫폼을 이용, 병원서 처방을 받고 근처 약국에서 조제된 약을 직접 수령하는 방식이다.
앞서 메디버디는 약 배송 부작용을 인지하고 약사가 직접 약을 배송하는 '약사방문전달'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약사가 개별 가구를 방문해 직접 약을 전달하는 최초 시도다.
업체들이 약 배송 서비스에 신중한 이유는 약사회 반대 의견이 거센 데 따른 조치란 분석이다. 현재 약사회는 조제약 오배송, 불법 조제약 배송 등 각종 부작용을 우려하며 약 배송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지난 8월 정부가 약사법 개정을 통해 비대면 진료에 한해 약 배송을 허용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을 진행한다고 밝히자 심각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약 배송 법제화 시도의 즉각적인 철회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약사회는 당시 "조제약 오배송, 불법 조제약 배송, 명의도용 등으로 인한 의약품 오남용과 건강보험재정 누수, 무자격자 조제, 환자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상존한다"며 "처방 오류를 파악하기 어렵고 이에 따른 약화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게 된다"고 반발했다.
특히 "배달 과정에서 조제약 품질을 100% 보장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의약품 복약지도가 부실해지고 복약이행도 저하로 이어져 의약품 안전과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의약품 전달 방법인 만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도 이러한 우려를 인지하고 약 배송 제도화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약 배송은 비대면 진료와 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라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환자들이 비대면으로 진료를 받더라도 약을 약국에서 수령해야 한다면 비대면 진료 유인책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 닥터나우, 올라케어, 굿닥 등은 대부분 업체들은 여전히 우편이나 택배로 환자에게 조제약을 전달하는 약 배송 서비스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약 배송이 안될 경우 비대면 진료 효용성이나 이용자 만족도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교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