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와 한의계가 '한방 난임치료' 법제화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한방 난임치료를 저출산 극복 대안으로 보고 지원 사격하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19일 업계 따르면 최근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한방 난임치료의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행법 제11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난임 등 생식건강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난임치료를 위한 시술비 지원 등 난임극복 지원 사업의 근거가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통해 난임환자 의과적 치료에 대해 시술비 등을 건강보험으로 지원해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의료접근성을 강화하고 있지만, 한의약 난임치료 시술비는 지원이 없다.
이에 개정안을 통해 국가 저출산 대응 정책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지자체의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을 위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법 개정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개정안 발의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효과나 안전성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한방 난임치료는 오히려 환자 건강을 해칠 수 있어 지원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문헌 중 의학적·과학적 관점에서 명백하게 한방난임시술 효과를 입증한 연구 결과와 국외 문헌 중 의학적·과학적 관점에서 한방난임시술의 단독 효과를 입증한 연구 결과는 없다는 것이다.
의협은 "난임 환자에 대한 한방치료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된 적 없으며, 오히려 여러 가지 해를 끼칠 가능성이 세포실험, 동물실험, 임상데이터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며"알려진 한방 난임치료 임신율은 국외 문헌의 원인불명 난임 여성 자연임신율(20~27%)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방 난임치료 효과를 홍보하는 자료들은 치료군만 존재하고, 결과를 비교할 수 있는 대조군이 없다"며 "한방 난임치료로 도출된 임신율이 치료하지 않았을 경우 예상되는 자연임신율보다 높은지 판단할 수 없고, 한방 난임치료가 실제 효과가 있는지 판단할 근거도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의학적·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한 한방 난임치료는 즉각 중단돼야 하며, 지자체에서 무분별하게 진행되는 지원사업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게 의료계측 주장이다.
의협은 "한방 난임치료에 사용되는 대다수 한약재가 임신 중 동물 및 인간에서의 자료가 전무해 체계적인 검증 및 연구가 필요하다"며 "표준화된 수행체계를 갖추고 사업 효과성과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고, 의학적·통계적 방법론을 적용한 정교한 임상연구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특히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한약재의 임신 중 사용은 금지돼야 한다. 지자체 예산을 투입해 한방 난임치료비 지원사업을 수행할 때는 사업의 효과성과 과학적 근거 등을 고려해서 심도 있게 고민한 후 결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한의계는 야당을 중심으로 국회를 적극 설득하며 한방 난임치료 법제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 최근 열린 대한한의사협회 창립 기념식에서 한방 난임치료 활성화를 약속했다.
이 자리에는 모건보건법을 발의한 서영석 의원을 포함한 정춘숙·강선우·김민석·전혜숙·한정애, 국민의힘 백종헌·이종성 의원 등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한의계가 대국회 전담 소통 채널이 매우 강하다"며 "의료계도 성명서만 낼 것이 아니라 국민 건강을 위해 다방면으로 한방 난임치료 법제화 반대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