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직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이중개설 및 운영한 의사와 관련해 명의를 빌려준 봉직의에 대한 10억원 상당의 요양급여비 환수 결정이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이아영)는 의사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10억원 가량의 요양급여비 환수 결정 무효 확인의 소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의사 B씨는 2014년 10월 병원사무장 등을 통해 의사 A씨를 소개받고 월 1500만원에 고용했다.
이후 B씨는 A씨에게 병원을 개설하고 사업자등록을 하도록 종용한 후, 2015년 9월까지 A씨 명의를 사용해 해당 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했다.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구 국민건강보험법 등에 근거해, 의료법 위반을 이유로 2014년 11월부터 2015년 9월까지 A씨 명의의 병원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 10억3600만원을 환수 처분하고 이같은 내용을 병원 개설명의자인 A씨에게 통보했다.
의료법 제4조 등은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 및 운영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원고는 과거 대법원 판례 등을 근거로 의료진에 의해 의료기관이 이중개설됐다는 이유만으로 보험급여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과거 대법원 판례는 의료인으로서 자격과 면허를 보유한 자가 의료기관에서 국민에게 요양급여를 실시했다면, 설령 다른 의료기관을 개설 및 운영하고 있더라도 요양급여 비용 지급을 거부하거나 환수할 수 없다고 보았다.
법원은 A씨의 이러한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이중개설된 의료기관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부당이득징수는 기속행위가 아닌 재량행위라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A씨 명의로 개설한 병원이 의료기관 이중개설로 의료법을 위반한 의료기관이라고 해도 병원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할 수는 없다”며 “이 사건 처분은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건강보험공단 처분 하자가 무효에 해당할 정도로 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과거 대법원 판례는 의료기관 이중개설과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간 법리를 명백히 밝히지 않았고, 하급심에서도 이를 두고 결론이 엇갈리고 있어 혼선이 있다”며 “이 사건 처분은 처분 요건사실을 오인한 것에 불과하므로 그 하자가 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건보공단이 C병원 개설 명의자인 A씨에 대해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징수하는 처분을 했더라도 그 하자가 중대·명백하여 당연 무효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