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세브란스병원이 오는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새병원 건립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학생 안전을 우려하며 공사를 반대해온 도곡중학교 학부모들과 의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도곡중 학부모들은 최근 서울시교육청에서 세 가지 대안을 제시받았으나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다 보니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고, 병원도 무작정 사업을 강행할 수 없는 노릇이라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오는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연면적 21만6500㎡(약 6만5491평)에 지하 7층, 지상 17층 규모의 새병원 건립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10월 단계별 계획안을 확정하고, 강남지역 최초로 '도심형 스마트병원'을 마련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새병원 건립 사업은 ▲주차공간 확보(0단계) ▲수직 집중형 건물 건축(1단계) ▲수평 건물 확장(2단계) ▲1동 리모델링(3단계) 순으로 진행된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특히 고질적인 주차장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인근 도곡중학교 운동장에 다목적관을 지어주고 그 조건으로 지하 주차장 사용권을 얻는 협약을 체결했다.
병원은 이르면 내년부터 주차장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도곡중 학부모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가 학생 안전 문제를 지적하며 제동이 걸고 나섰다.
도곡중학교는 매봉산으로 에워싸여 있는 지형적 특징이 있는데, 지하가 암반으로 이뤄져 있는 만큼 10미터 이상 파내려갈 경우 건물과 옹벽이 붕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비대위는 새병원 건립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안전과 학습권을 보장해달라는 입장이다.
실제 비대위는 서울시교육청에 학교를 임시 휴교하고 공사를 추진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교육청은 학생 과밀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를 반려했다.
이에 비대위는 교육청에 다른 대안을 가져올 것을 요청했고 지난 21일 세가지 방안을 제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비대위가 공개한 회의록을 살펴보면 제1안은 2025년~2027년 동안 도곡중 전체 학급을 옛 영동중 부지로 임시 이전하는 방안이다. 이는 비대위 측에서 요구했던 안이기도 하다.
제2안은 2025년 3학년만(현 6학년)을 대상으로 교실 및 관리실 등을 영동중 건물로 이전하는 방법이다. 이 외에도 제2-2안으로 2026년 휴교를 해 이전 비용을 절약하고 다목적관 설립 후 2028년 재개교를 하는 방안이 있다.
제3안은 지하주차장을 제외하고 다목적관만 건립하는 방안이다.
문제는 안건마다 우려 사항이 있다는 점이다.
먼저 제 1안은 비용이다. 비대위에 따르면 전체 학급이 영동중으로 이동을 하려면 임대비와 리모델링비 등을 포함해 예산 182억 원이 소요된다. 현재 비용 지불 주체를 두고도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제2안은 비용이 약 83억 원으로 상대적으로 절약할 수 있지만 이 안을 택하면 2024년~2025년 신입생들은 도곡중 대신 두 개 학교로 군내 분산을 해야 한다. 2025년 개포중학교가 재개교될 예정이므로 수용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나 2023학년도 신입생 학부모 반발 가능성이 나온다.
제3안은 협약을 파기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이렇게 되면 강남세브란스 지원 없이 교육청 재원으로 지상 다목적관을 건립해야 한다. 특히 학교발전기금도 이미 6억8000만원을 사용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비대위도 교육청 제안을 다방면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당장 결정하는건 부담스러운 일"이라면서 "공사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내년도 신입생 학부모들과 공감대를 형성해가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병원도 '협의 없이 공사를 진행하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사업이 다소 지연될 것으로 보이지만, 지역 주민을 위한 일인 만큼 협의 없이 강행하는 일은 없다"면서 "안전한 사업을 원칙으로 지속적으로 논의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