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고려대학교 총장선거가 모두 마무리됐지만 숙원을 풀지 못한 의과대학에서는 불만과 원성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대학을 대표할 충분한 위상을 갖췄음에도 학내에서는 여전히 홀대를 받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의과대학 일원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은 최근 제21대 총장에 경영학과 김동원 교수를 선임했다. 이에 따라 고려대학교 '의대 출신 총장' 탄생은 이번에도 실현되지 못했다.
이번 총장선거에는 의과대학 박종훈 교수가 최종관문까지 통과하며 의대 출신 총장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박 교수는 전임교원 예비심사에 이어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에서도 최종 후보군에 포함되면서 마지막으로 법인 이사회 선택만을 남겨 놨지만 재단의 선택은 받지 못했다.
이번 제21대 총장선거에는 의과대학 박종훈 교수를 비롯해 경영대학 김동원 교수, 미디어학부 마동훈 교수, 법학전문대학원 명순구·유병현·정영환 교수 등 총 6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달 29일 진행된 전임교원 예비심사에서는 후보자 6명 모두 유효투표자 수 100분의 5 이상을 얻어 1차 관문을 통과했다.
이에 따라 대의원 30명으로 구성된 총장후보자추천위윈회(총추위)는 지난 15일 이들 6명의 후보를 놓고 2차 투표를 진행했다.
개표결과 박종훈 교수는 김동원, 명순구 교수와 함께 3명의 최종후보에 오르며 희망을 이어갔다.
고려중앙학원 이사회는 22일 경영대학 김동원 교수를 제21대 총장으로 낙점했고, 박종훈 교수가 최종관문에서 낙마하면서 고려대학교 첫 의대 출신 총장은 이번에도 수포로 돌아갔다.
사실 의대 교수의 총장 도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18년 치러진 제20대 총장 선거에 흉부외과학교실 선경 교수가 출사표를 던진 바 있다.
당시 선경 교수는 1차 교수투표에서 7명의 후보 중 1위를 차지하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2차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 투표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번 제21대 총장선거에서는 박종훈 교수가 총추위 투표까지 통과하면서 고대의대 염원인 의사 총장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이번에도 숙원을 풀리지 않았다.
고려대학교는 1905년 개교해 1971년 우석학원과 고려중앙학원의 병합으로 의과대학이 출범했다. 하지만 여태까지 의과대학 출신 총장은 없었다.
개교를 기점으로 하면 97년, 의대 출범으로 따지면 52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의과대학에서 총장을 배출하지 못한 셈이다.
연이은 두 번의 총장선거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신 의대는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특히 예전과 확연히 달라진 위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홀대 받고 있다는 불만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실제 고대의료원 산하 안암‧구로‧안산병원 모두 상급종합병원 반열에 올랐고, 각종 국책 사업을 시행하면서 고려대학교 발전을 견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그동안 내부적으로는 의료원이 양적 및 질적 성장을 이뤘으며 고대를 이끄는 새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차기 총장으로 의대교수가 선출돼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의과대학의 달라진 위상은 수치로도 어렵지 않게 확인된다. 2022년도 고대의료원 예산은 1조4454억원으로, 이는 고려대학교 전체 살림 보다 큰 규모다.
2018년 첫 1조원을 돌파한 이래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며 조만간 2조원 시대를 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연구 분야 역시 안암병원과 구로병원이 나란히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된 이후 1500억원에 이르는 국책연구를 비롯한 연구 과제를 수주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학술실적도 의료원 전임교원의 1인당 SCI급 국제논문 수는 1.05편으로, 전국 3대 의과대학으로 이름을 올린 바 있어 대외적으로 연구 역량을 입증시켰다.
고대의대 한 교수는 “양대 사학인 연세대학교의 경우 의사 총장이 낯설지 않을 만큼 내부적으로도 의과대학 입지가 매우 탄탄하지만 유독 고려대학교는 상황이 다르다”라고 푸념했다.
이어 “학내에서 의과대학은 위상 대비 홀대를 받고 있다”며 “의사총장 희망을 접거나 아니면 몇 십년 뒤에나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