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에 존재하는 장내 미생물을 이용해 대장암 예후를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최초로 밝혀졌다. 대장암 맞춤치료 및 재발 방지 가능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병원 박지원·연세대 김지현 교수 공동연구팀은 대장암으로 원발성 종양절제술을 받은 33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대장암과 장내 미생물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대장암은 수술 이후 재발하거나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예후를 미리 예측하는 게 매우 중요하지만 현재까지 예후에 대한 광범위 미생물 바이오마커 스크리닝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이에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에서 수술 후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균주들을 탐색하기 위해 환자 333명의 수술 전 2주 이내 대변 샘플을 수집해 차세대 유전자 시퀀싱을 수행했다.
수술 후 대장암 진행 및 감소 여부를 약 3년 가량 추적 관찰했다. 인간 장내 미생물의 대표적 두가지 표현형은 박테로이데스(Bacteroides)형과 프리보텔라(Prevotella)형이다.
연구결과, 대표적 장내 미생물인 프리보텔라 양이 많을수록 대장암 예후가 좋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프리보텔라 양이 많은 그룹은 적은 그룹에 비해 무진행 생존율이 높았다.
특히 프리보텔라의 경우 주로 채식을 하는 동양권에서 많이 발견되는 미생물로, 연구 결과는 채식과 대장암 예후의 긍정적인 연관성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가 될 수 있다.
반면 대표적인 병원성 미생물인 푸조박테리움과 3개 새로운 미생물이 존재하는 경우 대장암 예후가 나빠짐을 확인했다.
또한 연구팀은 연구 과정에서 발견한 5종의 예후 바이오마커 미생물을 조합, 새로운 장내 미생물 예후 바이오마커를 개발했다.
이 바이오마커는 기존에 활용되는 여러 임상지표들과 비교했을 때 더 우수한 예측력을 보였다.
특히 가장 대표적인 대장암 예후 인자인 암 병기에 장내 미생물 바이오마커를 추가했을 때, 예후 예측력이 뚜렷하게 향상되는 게 확인됐다.
추가적으로 연구팀은 참조 미생물 유전체에 기반한 장내 미생물 대사체계를 추론하는 분석도 함께 진행했다.
분석 과정에서 미생물에 의한 비타민 B1(Thiamine) 생성이 대장암 예후를 개선할 수 있으며 장내 세포사멸 면역세포 숫자와 높은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는 4가지 새로운 미생물을 추가로 제시하면서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대장암 환자의 맞춤형 예후 예측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박지원 교수(서울대병원 대장항문외과)는 “이번 연구는 장내 미생물이 대장암 예후 예측에도 활용될 수 있음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생물학 분야 권위지인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2021년 JCR IF = 16.837)’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