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교윤·이슬비 기자/ 기획 중] 1998년 할리스커피 강남점, 1999년 스타벅스 이화여대점이 서울에 상륙한 뒤 요즘은 국내 어디서든 프랜차이즈 카페를 찾아볼 수 있다. 커피를 마시기 위한 공간을 넘어 ‘편안하게 오래 머무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커지는 가운데 카페 시장도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병원들 역시 원내에 하나둘 카페를 유치하며 환자경험 등 고객서비스 향상을 위해 부단히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병원은 일반 고객보다 환자가 많은 공간이기에 까다롭게 입점업체를 선정할 수 밖에 없다. 엄격한 기준을 뚫고 이미 상당수 거대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병원에 들어와 있다. 병원들은 심지어 개원 전 부터 이미지 구축과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카페 입점 공간을 별도 고안, 카페를 병원 업그레이드 수단으로 이용할 정도다. 병원과 카페는 서로를 어떤 파트너로 바라보고 있을지, 병원계에 스며든 커피 향을 쫓아가봤다. [편집자주]
병원에는 스타벅스 외에도 투썸플레이스·이디야·폴바셋·빽다방·파스쿠찌·할리스커피 등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자리잡고 있다.
데일리메디가 전국 대학병원 70여 곳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 1곳 이상의 다양한 원내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개인 카페보다는 프랜차이즈 입점 사례가 더 많았다.
유명 브랜드로는 ▲고대안암병원·아주대병원·부산대병원 ‘할리스커피’ ▲삼성서울병원·건국대병원·이대목동병원 ‘아티제’ ▲영남대병원·가천대길병원 ‘투썸플레이스’ ▲서울대병원 ‘파스쿠찌’ 등이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현대 계열사 브랜드들이 입점해있으며, 베이커리 브랜드 ‘베즐리’가 카페처럼 이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프랜차이즈 카페 입점…고수익 특수상권 ‘병원’
의료기관은 입찰 평가를 거쳐 입점업체를 선정하는데,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환자가 이용하는 곳이다 보니 그 기준이 매우 까다로울 수 밖에 없다. 카페도 예외는 아니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공공의료기관인 만큼 수익성 보다는 점포 운영 및 관리 지속성, 서비스 응대력, 재무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카페를 입점시킨다”고 말했다.
이처럼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개인카페보다 프랜차이즈가 병원의 눈에 들 가능성이 높다.
한 카페 창업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병원은 입점방식이 까다로울 뿐더러 의료기관인 만큼 평소 매장 관리도 까다롭게 해야한다”며 “개인 카페가 입점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병원들은 대형 프랜차이즈 입점으로 인한 수익성 개선 효과에는 크게 동의하지 않았지만 원내 편의시설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하루 외래 환자 5000~6000명이 보호자와 함께 방문하고 입원환자는 1000여명에 이른다”며 “유동인구가 너무 많아 편의시설로 카페를 들여왔다”고 말했다.
이렇듯 유동인구가 상당한 탓에 근래에는 프랜차이즈 카페 운영을 하고자 하는 예비창업자들도 병원계를 상당히 주목하고 있다.
특히 병원은 희소성이 높아 기본적으로 인기가 많은 상권이라는 분석이다.
카페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병원은 대표적인 특수상권으로, 환자·보호자 등 유동인구를 비롯해 의사·간호사·행정인력 등 상주인력이 많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기 좋은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 카페는 대부분 저층부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고 주변에 식당도 많아 인프라가 좋다”며 “병원 내 매장이 많아봐야 1~2곳이다보니 독점적 운영이 가능한 게 최대 장점”이라고 부연했다.
한 프랜차이즈 카페 관계자는 “요즘 카페는 커피가 아닌 공간을 파는 곳으로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며 “병원은 유동인구도 많지만 상주하는 고객층이 많아 매력적인 상권”이라고 전했다.
개원 단계부터 카페 입점 고려…원내 '복합 문화공간'으로 발전
이처럼 병원이 카페 유치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단순히 환자를 위한 편의 제공을 넘어 병원 이미지 제고까지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병원들은 원내 카페를 통해 지역 주민에게 병원이 또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원내에 카페 3곳이 입점해 있는 이대서울병원은 지역주민을 위한 복합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같은 인프라를 누리기 위해 환자가 아니더라도 심심찮게 병원을 찾는다는 점이다.
특히 병원에서 미술품 상시 전시 공간인 ‘아트큐브’를 운영하고 있는데, 전시된 작품을 보기 위해 커플들이 병원에서 데이트를 하는 경우도 적잖다. 이 과정에서 카페도 톡톡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렇다 보니 병원 입장에서는 카페가 환자들의 친화력을 높이는 중요한 경쟁력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와 보호자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도 병원을 많이 찾는다”며 “병원을 또 다른 생활공간으로 여기면서 만남의 장소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의정부을지대병원도 지난 2021년 4월 개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카페가 중요한 고려 요소 중 하나였다.
의정부을지대병원은 관계자는 “병원 카페에서 중요한 건 브랜드가 아니라 내원객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선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은 개원 전부터 카페를 비롯해 수영장, 골프연습장, 피트니스센터 등 편의시설을 마련해 지역 주민들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힘썼다”고 강조했다.
현재 의정부을지대병원에는 카페 2곳을 비롯해 곳곳에 미술품이 전시돼 있다.
특히 발굴 당시 세계에서 단 3개밖에 없는 대규모 공룡화석과 암모나이트 화석이 설치돼 있고 병원 5층에는 대규모 ‘치유정원’이 운영 중이다.
건국대병원 역시 환자와 보호자에게 은은한 커피 향으로 심신 안정을 선사하고 ‘부드러운 병원’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병원 설계 단계부터 구상을 했다.
건국대병원은 현재 병원 입구에 카페 아티제를 운영 중이다.
병원은 자체 행사 진행 후 고객들에게 무료 커피쿠폰을 제공해 카페를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