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노인 약물 복용 관리를 위해 ‘약물검토상담료’와 같은 수가를 신설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노인의 부적절한 다약제 사용 관리 기준 마련 연구에서 “통합적·주기적 노인 약물관리 기전이 부재해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노인 복용약물 현황을 파악해야 하는 동기나 제도적 장치 등이 미비하며, 진료과별로 전문의 제도가 잘 운영되고 있지만 분절적 진료에 그쳐 약물관리 체계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연구팀은 다약제를 복용하는 노인 현황 파악을 시도했다. 대상은 65세 이상이면서 의약품 10개 이상을 90일 이상 복용 중인 환자로, 복용 약물 중 1개라도 ▲노인에게 잠재적으로 부적절한 약물 목록에 포함돼 있거나 ▲병용금기 또는 중복처방에 해당하는 약제인 경우를 살폈다.
그 결과, 다약제 사용 노인은 약 153만 명으로 연평균 외래 방문은 41.1회, 처방은 27.2회였다. 약을 사용하는 일수는 연간 342일이나 됐다.
처방받은 일당 평균 6.5가지, 총 25가지의 성분을 복용하며 인당 평균 외래 진료비로 약 138만 원, 경구제 처방 금액으로 약 118만 원을 사용하고 있었다.
또한, 잠재적 부적절 약물목록에 속하는 77개 성분 약물을 복용한 환자는 전체 다약제 복용 환자의 44.7%를 차지하고 있다.
장기작용 벤조디아제핀계 약물, 졸피뎀, 1세대 항히스타민제, 항우울제 사용이 많았다. 대부분 처방횟수가 많고, 복용일수도 100일 이상 장기 사용이 많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이다.
특히 같은 날짜에 효능군이 같은 의약품을 처방받은 환자가 101만 명에 이르렀다. 이는 전체 다약제 복용 환자의 66.2%에 해당하며, 해열·진통·소염제, 호흡기계용제, 소화성궤양용제 중복 처방이 많았다.
부정적 건강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보정하고 나서도, 부적절한 다약제를 사용한 그룹에서 입원이나 응급실 방문 혹은 사망할 확률이 1.32~1.3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우리나라 노인들은 약물을 줄여야 한다는 기본 인식이 부족하다“며 ”각 진료과별 처방받는 의약품 개수는 대부분은 5개를 넘지 않으나 여러 과 또는 여러 병원이나 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처방을 받다 보면 다약제를 복용하게 되고 이런 현상이 반복적이어서 주기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인의 부적절한 다약제 사용 감소를 위한 국가 차원의 실효성 있는 관리 방안이 요구된다”며 “의료진, 약사, 환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체계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의 경우를 참고해 다약제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약물검토상담료’와 같은 수가를 산정하거나 ‘노인병인정의’ 등에 대한 인력을 가산해 관리를 독려하는 방안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현행 수가구조 개선으로 비약물치료에 대한 적절한 보상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며 "약물검토상담 서비스나 관련 클리닉을 상급종합병원 지정요건에 반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