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정보관리사 ‘진단명 및 진단코드 관리’ 고유 업무에 대한 침탈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8년 12월 20일 ‘의무기록사’에서 ‘보건의료정보관리사’ 명칭 변경으로 의료기관 내 입지는 확고해졌지만 간호사와 갈등은 지속되는 모습이다.
보건의료정보관리사는 의료기관 보건의료정보 분석, 전사(轉寫), 암 등록, 진료통계 관리, 질병‧사인‧의료행위의 분류, 의료‧보건지도 등에 관한 기록 및 정보의 분류‧확인‧유지‧관리에 관한 업무를 담담하고 있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료정보관리사와 간호사 단체는 간호법 제정, 질병분류 업무에 이어 이번에는 보훈심사위원회의 채용 과정에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는 최근 국가보훈처 산하 보훈심사위원회의 채용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위원회가 최근 전문경력관 채용공고를 통해 불합리한 자격요건을 제시했다는 주장이다.
보훈심사위원회는 지난달 16일 전문경력관 채용공고를 통해 채용 대상을 간호사 면허증 소지자로 한정했다. 2020년 11월 채용공고에선 간호사 면허증 또는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자격증 소지자를 제시한 바 있다.
동일 직군 채용 자격에 포함돼 있던 보건의료정보관리사를 빼고 간호사로 자격을 한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경력관과 동일한 업무를 하면서 5~15년씩 무기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보건의료정보관리사는 올해부터 지원할 수 없게 됐다.
박명화 협회 부회장은 “무기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보건의료정보관리사들을 채용자격에서 뺀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면서 “정규직은 간호사로 한정하고, 계약직은 보건의료정보관리사를 채용하는 것은 현대판 골품제”라고 비난했다.
이어 “권익을 침해할 뿐 아니라 헌법에서 보장한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면서 “위원회에서는 보건의료정보관리사의 노고는 인정한다면서도 채용자격을 변경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 무책임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협회는 채용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국민권익위원회, 규제개혁위원회, 국민청원 등에 민원을 제기하고 지난달 26일 대전지방법원에 채용공고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이어 ▲채용자격을 변경한 근거와 절차의 부당성 ▲간호업무가 아닌데 간호사만 채용 자격을 한정하는 과다 규제 ▲공공기관임에도 기간제법 위반을 이유로 국민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앞서 보건의료정보관리사들은 다른 의료기사단체, 의사협회 등과 “간호법은 다른 보건의료 직역의 업무영역을 침범한다”면서 “보건의료면허체계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간호법 제정을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또 ‘입원시 상병(POA) 보고체계 운영’의 ‘진단명 및 진단코드 관리 인력 배치’ 증빙자료로 간호사 직무기술서를 제출해도 관리 인력을 배치한 것으로 인정하는 현행 의료질평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의료법에 의거 모든 종합병원에 채용된 보건의료정보관리사의 기본업무가 ‘진단명 및 진단코드 관리’지만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간호사 직무기술서에 해당 업무를 추가해 제출하고 있다. 이는 간호사가 질병분류 업무를 침탈하는 갑질이라는 주장이다.
협회는 이들 사안에 대해 간호사의 질병분류 업무 침탈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비대위는 업무침해와 관련해서 증거자료 확보 등 다각적 검토 후 필요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다.
강성홍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회장은 “교육 받지 않은 간호사가 진단명 및 진단코드 관리를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면서 “이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