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의료원(NMC, 원장 주영수) 신축이전 사업 규모가 축소되면서 야당, 노동계, 시민단체의 반발이 연일 거세지는 가운데, 의료원 총동문회에 이어 현직 의사들 120여 명도 전면 거부 입장을 표명했다.
NMC 전문의협의회(회장 이소희)는 지난 16일 임시총회를 열고 압도적 비율(98%)로 기획재정부의 NMC 신축·이전 총사업비 조정결정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전문의협의회는 "기재부가 통보한 사업 규모로는 NMC가 부여받은 필수중증의료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며 "현재 의료원과 같은 규모로 건물만 새로 지으라는 통보는 국가 미래를 위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천명했다.
당초 NMC 구상대로라면 새 본원(모병원)은 감염병병원과 함께 유기적으로 총 1000병상대 상급종합병원으로 설립,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었다.
협의회는 "그동안 정부는 외상·응급·감염병·심뇌혈관·모자의료 등 시장 논리로 충족되지 않아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필수 중증의료 분야에 대해 NMC 기능을 강화해서 인프라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본원에 다양한 분야의 의료진과 우수한 진료역량이 평소 구축돼야 적시에 필수중증의료 대응이 가능하다"며 "본원 규모를 늘리지 않고 감염, 외상 병동만 추가로 얹는다고 가능한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실제 싱가포르, 홍콩, 독일 등 해외 유수 감염병병원들 역시 본원은 감염병 위기 시 감염병병원을 지원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필수병상을 유지하기 때문에 규모가 1000병상 이상으로 크다는 설명이다.
협의회는 축소된 규모로는 공공병원의 본 기능이자 NMC가 힘써왔던 의료취약계층 진료도 불가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협의회는 "복합적 질환과 임상적 난이도가 높은 질환을 가진 취약계층 환자를 진료하는 게 NMC의 역할이다"며 "전문의들은 열악한 환경에도 최선을 다했는데, 새 병원에서마저 규모의 한계로 적정진료를 못한다면 우리나라 공공의료 안전망은 포기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앞서 이번 축소 결정에 대해 기재부는 "진료권 내 병상 초과 공급 현황, NMC의 낮은 병상이용률 등을 고려해 축소했다"고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협의회는 "코로나19 유행 동안 의료진과 의료취약계층 희생으로 사회가 얻은 교훈이 무엇인지 기억 못하느냐"며 "재난 상황 시 필수의료와 의료안전망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진료권 내 병상 수라는 산술적 기준으로 규모를 결정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낮은 병상이용률 지적에 대해서는 "NMC 신축이전 논의가 20년 넘게 지지부진했는데도 제대로된 투자가 없었고, 메르스 및 코로나19가 터지며 입원 환자를 억지로 내보내며 감염병 대응을 하게 했던 요인을 과연 고려했냐"고 반문했다.
협의회는 "1958년 전쟁 후 외국 원조로 개원한 이래 처음으로 제대로 된 현대화를 앞두고 있고 이는 공공의료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사안"이라며 "국가가 중심 병원으로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앞서 NMC 총동문회는 이번 기재부 결정이 철회되지 않으면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총동문회는 "NMC 신축이전은 국가 공공의료 백년대계를 위한 역사적 과업이다"며 "필수의료 중앙센터 역할, 국가가 부여한 제반 공공의료서비스 기능을 다하기 위해 규모의 적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