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전립선암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전립선암은 과거 미국, 유럽 등에서만 흔한 암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도 이제는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2월 발표된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의 '2020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0년 신규 발생한 암환자 중 전립선암은 폐암, 위암에 이어 남성암 3위로 보고됐다.
일본, 전립선암이 남성암 1위…한국도 조만간 예고
심지어 일본에서는 전립선암이 이미 남성암 발병률 1위이기에, 인구 노령화와 식습관 서구화가 지속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전립선암이 남성암 발병률 1위가 될 날이 머지 않았다.
전립선암은 일반적으로 천천히 성장하며 초기에는 전립선에 국한된다. 하지만 조기 진단하지 못하면 뼈와 림프절과 같은 신체 다른 부분으로 퍼질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전립선암 진단 및 치료, 예방을 위한 유전자 검사와 개인 맞춤형 치료법이 상당히 발전했다. 그중 하나는 전립선암 위험을 증가시키는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를 식별하기 위해 유전자 검사를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전립선암 조직 또는 혈액에서 BRCA1 또는 BRCA2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BRCA1/2 돌연변이 전립선암은 통상적인 표준치료에 해당하는 남성호르몬 억제요법이나 도세탁셀 항암제에 잘 반응하지 않아, 그동안 나쁜 예후 인자로만 알려졌다.
다행스럽게 최근 임상실험에 따르면 BRCA1/2 돌연변이를 가진 전이성 전립선암 남성에서 표적 항암제 PARP억제제(올라파립, 루카파립 등)를 사용했을 때 기존 표준치료를 받은 남성보다 생존 가능성이 훨씬 향상됐다.
이 같은 연구 결과에 근거해 린파자는 지난 2021년 식약처로부터 신규 적응증을 승인받았다. 이 약제는 BRCA1/2 돌연변이가 있는 유방암, 난소암 환자에서 허가된 약제였는데, 현재는 전립선암, 췌장암까지 사용 영역이 확대됐다.
전립선암 유전자 검사에 근거한 맞춤형 치료 사례로 현미부수체불안정성(MSI)이 높은 종양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약제 '펨브롤리주맙' 사용이다.
현미부수체불안정성이란 종양 특정 DNA 서열이 돌연변이를 일으키기 쉬워 종양이 더 공격적이고 치료하기 힘든 상태를 말한다.
면역항암제인 펨브롤리주맙은 일반적인 다른 전립선암 치료에는 효과가 없지만, 유전자 검사로 확인된 현미부수체불안정 전립선암에서는 약 30% 암 치료 효과를 나타낸다.
"암환자들 치료 사용되는 표적·면역항암제 급여 적용 시급"
국내에서는 허가초과요법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현미부수체불안정성 종양은 특정한 유전 형질을 가진 사람한테서 주로 발병하는데, 이를 린치 증후군(Lynch Syndrome) 이라고 한다.
MLH1, MSH2, MSH6 또는 PMS2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이 증후군은 전립선암뿐 아니라 대장암 등 여러 종류의 암에 걸릴 위험을 증가시킨다.
전립선암 치료를 위한 유전자 검사는 주로 전립선 조직검사로 얻은 포르말린 고정 샘플 DNA를 사용하지만, 최근 혈액서 발견되는 순환 종양 DNA를 사용하는 검사도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는 부모에서 물려받은 생식세포 DNA 뿐 아니라 암세포 종양 DNA도 검사할 필요가 있으며, 상기에 열거한 유전자 외에도 확인해야 할 유전자들이 적잖기에 검사방법으로 주로 차세대염기서열 분석법을 사용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는 50% 본인부담률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 기반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 검사를 통해 BRCA1/2 돌연변이나 현미부수체불안정성 전립선암으로 진단받더라도, 이에 근거한 약제는 생존 이익이 입증됐음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급여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특히 올라파립의 경우, 임상적 유용성에 대해서는 현재 이견이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급여 전환이 지체되고 있다.
해당 의약품 제조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이에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양측 모두 근거를 가지고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암 환자들은 오랫동안 기다릴 수 없다.
전립선암 치료에 중요한 도구로 유전자 검사가 자리잡은 만큼 암환자들 치료에 사용되는 표적·면역항암제들에 대한 급여 적용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