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에서 1점 미달으로 유급 처분된 한의대생들이 시험 문제 오류를 밝혀 ‘유급 처분 무효’ 판결을 이끌어 냈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민사1부(부장판사 장수영)는 최근 강원도 某대학 한의학과 학생 A씨와 B씨 등 2명이 대학교를 대상으로 낸 ‘유급 처분 무효 확인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 등은 지난 2021년 12월 중순에 치른 2학기 침구의학 기말고사에서 59점을 얻었고, 이후 치른 재시험에서도 57점을 받았다.
이들은 ‘해당 학기 성적 중 계열 기초 및 전공 필수 1과목 이상 최종 점수가 59점 이하인 사람을 유급시킨다’는 학칙에 따라 이듬해인 지난해 1월 유급 처분을 받았다.
이에 A씨 등은 “당시 기말고사 객관식 21번 문제에 오류가 있어 유급을 결정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논란이 된 이 사건의 문제는 ‘이명(耳鳴) 등 이과 질환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본 치료혈인 중저혈(中渚穴)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옳지 않은 것은?’이라며 5가지 답안을 제시했다.
이 문제를 낸 교수의 출제 의도는 ①번이 정답이었고, A씨 등이 제출한 ⑤번은 오답으로 처리됐다.
그 결과, A 씨 등은 단 '1점' 차로 재시험 대상자로 분류됐고, 끝내 재시험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A씨 등은 "출제 교수 침구 강의 내용과 해당 대학 경혈학 교과서, 세계보건기구(WHO) 표준경혈위치 등을 근거로 들며 해당 문제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학생들 손을 들어줬다. 1번을 고른 수험자가 56.6%일 정도로 표현이 모호하고, 5번 답항 역시 혼동의 여지가 있어 1번과 5번 복수 정답으로 인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번 문제는 모든 수험자에게 1점을 주거나 1번과 5번을 답으로 선택한 수험자에게 1점을 줘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경우 원고들 기말고사 점수는 60점인 만큼 재시험 대상자도, 유급 대상자도 아니게 되기 때문에 유급은 무효”라고 덧붙였다.
또한 재판부는 “유급 처분으로 받게 될 원고들의 시간적·경제적 손실이 큰 점을 고려하면 오류가 사소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유급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하자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