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下] 마약류는 기본적으로 의사가 취급할 수 있지만 허가 시 학술연구를 수행하는 대학 교수와 수입업자, 제조업자 등도 취급이 가능하다. 의료기관은 타 기관 대비 마약류 접근이 쉬운 만큼 마약류 오남용 사례를 막기 위한 자체 모니터링 등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의사 셀프처방 금지 및 불시점검 등 임상현장에 대한 압박 수위는 높아질 전망이지만 대학 실험실·병원 연구실 등 연구현장에서는 규정을 위반한 사례가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마약류가 사용되는 임상현장과 연구현장 차이는 무엇인지, 마약류 취급 '의료업자'와 '학술연구자' 의무는 어떻게 다른지 짚어봤다. [편집자주]
①의료기관 조준 마약류 단속 본격화···셀프처방 등 차단
②잊을만 하면 연구실 마약류 이슈···의료업자-학술연구자 차이
최근 대학과 병원 연구실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소속 마약류취급학술연구자에게 경고 및 업무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전남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기생충학교실, 고신대복음병원 안과학교실·외과, 성균관대 융합생명학과 등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전남대병원 의생명연구원지원센터에 위치한 실험실은 허가된 소재지를 변경했지만 규정 기한(20일) 내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아 이달 16일자로 경고 처분을 받았다.
고신대복음병원 안과학교실에서는 사용기한이 경과한 마약류를 사용한 사실이 적발돼 연구업무가 이달 9일부터 1달 간 중단됐다.
앞서 지난해 7월 같은 병원 외과에서는 마약류학술연구자가 규정 기한(허가로부터 1년) 안에 교육을 받지 않아 경고가 내려졌다.
기초학문 연구현장에서도 관련법을 무더기로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달 18일 성균관대 기초학문관에 위치한 세포공학연구실은 허가받은 학술연구기간의 변경허가를 받지 않고 연구를 진행하다 식약처 점검에서 적발돼 연구업무가 2개월 중지됐다.
이곳은 사용한 마약류 취급내역을 보고하지 않고, 장부 작성 및 저장시설 점검, 교육 이수 등의 의무를 수행하지 않았다. 소지한 마약류 재고량과 식약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상 재고량 간 3% 이상 차이가 나기도 했다.
마약류취급학술연구자, 법령 있지만 교수 개인관리 한계
식약처에 의하면 이렇게 내려진 처분의 대상인 '마약류취급학술연구자'는 기관이 아닌 교수 개인이다. 이들 학술연구자의 의무는 마약류를 처방하는 의사와 큰 틀에서 같지만, 업무 범위에서 다소 차이가 난다.
마약류 관리법 제2조제5호에 따르면 취급의료업자, 취급학술연구자 뿐 아니라 마약류 제조업자, 수출입업자, 원료사용자, 도매업자, 소매업자, 관리자, 대마재배자도 마약류 취급자가 될 수 있다.
학술연구자는 학술연구를 위해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쓰거나, 대마초를 재배·수입해 쓰는 자다.
의료업자는 진료목적으로 투약하거나, 투약을 위해 제공하거나, 처방전을 발급하는 자로, 의사·한의사·치과의사·수의사 등이 해당한다.
마약류 취급자는 누구든 간에 반드시 허가 신청 후 마약류 관리법에 따른 업무범위 내에서 마약류를 다뤄야 하고 이를 모두 식약처에 보고해야 하는 점은 같다.
다만 학술연구자는 양도·양수·구입·사용·폐기 등 5개 영역을, 의료업자는 양도·양수·구입·조제·투약·사용·폐기 등 7개 영역을 수행, 보고한다.
단, 후자의 조제 업무 경우는 마약류 관리자가 있는 의료기관에서 이를 조제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 약사가 있는 의료기관에서는 약사 중 마약류 관리자를 선정해 이 관리자를 주축으로 약제팀 등이 관련 법률 및 식약처 지침을 준수하며 모니터링하고 있다. 마약류 관리자는 사실상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지는 인력이다.
박송희 서울의료원 약제팀장(한국병원약사회 중소요양병원이사)은 "관리 책임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 원내 모든 곳에 마약을 두지는 않고 수술실, 중환자실, 응급실 등 비상 마약이 필요한 곳에 일정 수량을 금고에 넣어두고 관리하는 마약류 관리자를 둔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의료기관에서 진료가 아닌 임상시험에서 마약이 필요하더라도, 의료업자는 시험 대상자인 환자에게 처방전을 발급해 투약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그러나 연구 현장의 경우, 연구실에서 활동하는 개인이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엄연한 규정이 있음에도 완벽한 준수나 자체 모니터링은 어려운 분위기다.
과거 소속 학술연구자가 관련 행정처분을 받은 모 기관의 경우 병원과 의대 측 모두 "처분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 지방 소재 대학병원 관계자는 "교수 개인이 관할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대학과 병원 차원에서는 교수가 규정을 준수했는지, 언제 교육을 받았는지 등에 대해 일일이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기점검에서 뒤늦게 위반 사항이 적발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식약처는 2년 주기로 학술연구자의 법령 준수여부를 파악하며 허가 후 1년 이내 마약류 관리 교육을 이수토록 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마약류를 다루는 제조업자, 수입업자 등은 규정을 모두 숙지하고 있지만 학술연구자의 경우 교수 개개인이기 때문에 규정을 다 숙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