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장비 및 수술기구 전문업체 메디파인이 최근 필수의료를 대표하는 외과계 학회들에 잇단 기부를 이어가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다만 통상적인 제약회사나 의료장비 업체 기부와는 조금은 다른 결이다.
메디파인은 외과, 산부인과 분야 수술에 필요한 장비를 공급하는 의료기기 회사로, 여느 대형 업체들처럼 선심성 기부에 자유로운 규모는 아니다.
그럼에도 최근 대한외과학회 4억원을 비롯해 대한산부인과학회 1500만원, 그리고 세브란스병원에 3000만원 등 수 억원의 기부금을 쾌척했다.
기부금 지향점은 오롯이 ‘술기 발전’에 맞춰져 있다. 국내 칼잡이 의사들의 수술 실력 함양을 위한 조건없는 나눔 행보다.
메디파인 강문숙 대표는 “남편이 쌓아온 신뢰, 비로소 체감”이러한 일련의 기부는 남편의 유지(遺旨)에 기인한다고 했다.
“20년 세월 서전(surgeon)과의 동행을 이어온 남편이 가장 원하는 게 무엇일지 천착 끝에 내린 결정입니다. 미력이나마 국내 술기 발전에 보탬이 되길 바랍니다.”
강문숙 대표는 지난 2021년 12월 갑작스레 타계한 남편이자 메디파인 설립자인 故이권용 대표에 이어 경영 일선에 나서야 했다. 슬픔을 추스를 틈도 없이 맡게 된 대표직이었다.
취임 직후 학회와 병원 등에 그간 남편의 기부 내역이 담긴 책자가 도착했다. 책자를 들여다 보며 비로소 고인이 가고자 했던 길을 깨달았다.
평소 ‘돈’이 아닌 ‘가치’에 방점을 둔 이권용 대표 유지를 받드는 일이 술기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였다.
대한외과학회 역시 고인의 숭고한 뜻을 기려 기부금 명칭을 ‘이권용 외과발전기금’으로 명명했다. 외부인 실명이 담긴 유일무이한 기부금 명칭이었다.
고인이 가고자 했던 서전(surgeon)과의 동행
대한외과학회, ‘이권용 외과발전기금’ 명명
막상 경영을 맡았지만 걱정은 태산이었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막막했다. 미망인 CEO들의 성공 스토리는 그야말로 남 얘기였다.
천착을 거듭하고 있을 즈음 교수들로부터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위로와 함께 적극적인 도움을 자청하는 내용이었다.
“여러 대학병원 교수님들이 직접 전화해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시겠다고 말씀하셨어요. 한켠 놀랬고, 한켠 남편에 대한 신뢰가 느껴져 뭉클했습니다.”
실제 신제품 출시 과정에 필요한 데모(demo) 작업부터 인‧허가 과정에 이르기까지 주변에서 내 일처럼 발벗고 나서 줬고, 그 덕에 성장궤도를 그릴 수 있었다.
“취임 후 줄곧 서전(surgeon)들이 보듬어 주는 회사임을 절감했어요. 가치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남편의 신념이 그 동행을 가능하게 해 준 것 같아 감사할 따름입니다.”
가족의 합류도 큰 힘이 됐다. 미국 명문대학 졸업 후 증권사에 다니던 딸이 최근 회사에 합류했고, 아들은 미국 유학을 마치는 내년에 함께할 예정이다.
“처음에는 엄마가 경영 일선에 나서는 것을 만류했지만 아빠가 청춘을 받쳐 만든 회사인 만큼 제대로 일궈보겠다는 의지를 이해하고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 줬어요.”
기대보다 우려가 컸던 직원들도 자연스레 강문숙 대표와 의기투합하기 시작했다. 여성 특유의 자상하고 섬세한 리더십에 동화되며 애사심을 키워가는 중이다.
지난 연말에는 직원들로부터 감사패를 받고 눈물을 훔쳤다. 수장이 바뀐 회사에 남아 신의를 지켜준 것도 감사한데 그런 심정을 헤아려 준 직원들의 마음에 목이 메였다.
“주변 분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엄두가 나지 않았을 거에요. 남편 유지를 받들어 앞으로도 여력이 되는 한 국내 술기 발전을 위해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