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죽음(사망)에 대해 고민을 하는 건 어쩌면 불편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있고, 죽음에 관한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에는 대부분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지난 2년 간 부모님 사망을 경험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바라보는 '죽음의 모습'에 대해 깊은 충격을 받았고 고민을 하게 됐다.
그러면 죽음에 관한 논의는 누가 할 것인가? 죽음을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는 노인 세대, 자살 시도자, 이들과 가장 많이 접하는 의료인과 관련 학자들이 같이 고민하는 것이 맞을까?
한 토론회에서 발제자가 법학적 관점에서 '죽을 권리'에 대한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죽을 권리'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 법률 용어 자체가 맞는 말인지에 대한 생각과 함께 이상한 거부감이 들었다.
법학적 관점에서 '죽을 권리'는 개인이 자살을 하거나 적극적인 안락사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은 마치 인간이 '죽지 않을 권리'가 있거나 또는 '죽음' 자체를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기술이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의학적으로 죽음을 완벽히 극복했다는 보고는 없다.
죽음은 '선택' 혹은 '권리'보다는 인간에게 주어진 '운명' 또는 '의무'로 봐야 한다.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우리가 스스로 '죽을 의무'를 어떻게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평가하고 고민해 볼 필요성이 있다.
죽음에 대한 자기 투영을 통해 주변의 죽음이나 사망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러한 죽음이 자신이 생각하는 죽음인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현재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분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죽을 의무'에 모두 동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