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견제약사 팜젠사이언스가 최대주주인 진단시약 전문기업 엑세스바이오와 미국 의료기기 유통 업체인 인트리보가 겪고 있는 갈등이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악화되는 모양새다.
특히 천문학적 수준에 이르는 피해 책임을 두고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법정 공방도 장기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들 회사 분쟁은 지난 2021년 10월로 거슬로 올라간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엑세스바이오는 당시 현지 의료기기 유통 업체인 인트리보와 코로나19 진단키트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엑세스바이오는 인트리보를 통해 진단키트를 납품했고 비중도 70% 수준으로 높았다.
그러나 그해 말 인트리보가 엑세스바이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인트리보는 엑세스바이오가 자사를 통하지 않고 자체 유통을 시도한다고 주장했다.
본지가 인트리보에 서면으로 질의해 받은 답변에 따르면, 엑세스바이오는 2021년 10월 6일부터 12월 31일까지 코로나19 진단키트 5360만개를 제공키로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10월 말까지 1610만개 ▲11월 말까지 1650만개 ▲12월 말까지 2100만개다.
그러나 인트리보는 "엑세스바이오가 이러한 계약을 한 번도 지키지 않았고 12월 말까지도 계약한 물량 3분의 1 수준인 2200만개만 공급했다"고 말했다.
특히 "엑세스바이오 측에서 위반사항에 대해 면책을 하지 않으면 공급을 완전히 중단하겠다고 명시적으로 위협하고 이를 실행했다"고 전했다.
이에 인트리보는 2022년 1월 캘리포니아 주 고등법원에 엑세스바이오가 제품을 납품하지 않아 손해를 봤다는 주장과 자사에 공급하는 제품 외에는 생산 및 공급을 하지 말라는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현재 가처분신청은 법원에서 기각됐지만 인트리보는 미국중재협회에 중재청구를 신청했다.
분쟁이 격화하면서 인트리보 역시 엑세스바이오가 납품한 제품에 대한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에 엑세스바이오도 2022년 4월 인트리보를 상대로 8000만달러(1100억원)에 대해 법원에 대금지급을 요구하는 중재청구를 신청한 상태다.
인트리보는 엑세스바이오 계약 위반으로 10억달러(1조300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단순 제품 공급계약을 넘어 사업 전반에 걸친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인트리보는 "당사는 엑세스바이오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임상시험 비용을 지불하고 관리했으며, 엑세스바이오 진단키트 필수 구성 요소인 모바일 앱과 디지털 인프라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사용 승인을 주도했으며 이 외 제품 상용화에 필요한 모든 작업을 수행했지만 엑세스바이오 계약 위반으로 10억달러가 넘는 손해배상을 예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양측 입장이 엇갈리면서 진실 공방도 장기화될 전망이다.
엑세스바이오 측은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인 언급은 어렵다"면서도 "인트리보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회사 측은 "인트리보 주장은 부당하며, 법적절차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응해가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