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의료기관 현지조사 과정에서 조사기간 설정 등 지침을 위반, 이를 토대로 한 행정처분이 모두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로써 의료기관은 보건복지부와 지자체가 징수한 약 5억6000만원 상당의 과징금과 부당이득금 전액을 환수했다.
2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6부(재판장 이주영)는 A의료법인이 보건복지부장관 등을 상대로 낸 과징금부과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의료법인은 수원시에서 B병원을 운영했으며,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8년 B병원에 대해 2015년 8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진료기록부, 요양급여청구명세서 등에 대한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병원에 상근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판독하지 않았음에도 판독가산료를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한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진료 시 환자에게 요양급여에 해당하는 비용이나 급여기준을 초과해 임의로 시행한 처치, 수술료, 검사료 등의 비용을 비급여로 징수해 본인부담금을 과다하게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보건복지부장관은 A의료법인에 대해 5억6226만원 상당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내렸다.
수원시장도 부당이득금 징수를 사전통지하고 A의료법인이 부당한 방법으로 받은 의료급여비용 361만원을 환수처분했다.
A의료법인은 중앙행정심판위원회와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에 각각 과징금처분의취소 및 환수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이에 A의료법인은 “현지조사 기간이 법적으로 허용되는 기간을 넘어 위법성이 있으며 처분 역시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17년 3월 16일 B병원이 본인부담금 과다징수 기관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16년 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현지조사를 의뢰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8년 1월 22일 영상진단 판독(가산) 규정을 위반해 청구했다는 이유로 2015년 8월부터 2016년 7월까지 기간에 대한 현지조사를 의뢰했다.
의뢰를 받아들인 복지부 장관은 2018년 1월 22일 B병원 현지조사 대상기간을 2016년 1월부터 2017년 9월까지 21개월분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이틀 뒤 조사 기간을 2015년 8월부터 2017년 9월까지 26개월로 연장했다. 관련법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현지조사 기한은 ‘조사의뢰된 기간 및 직후 지급된 최근 3개월 지급비용 및 조사명령서 발부일을 기준으로 최근 3개월 지급비용을 포함해 최대 36개월’로 제한된다.
심평원과 건보공단 등이 현지조사를 의뢰한 기간은 2015년 8월부터 2016년 12월이기 때문에 조사의뢰기간 직후 지급된 3개월은 2017년 3월까지다.
또한 조사명령서 발부일인 2018년 1월 11일 기준 요양급여비용이 지급된 가장 최근 월은 2017년 10월로, 조사명령서 발부일 기준 최근 3개월은 2017년 8월부터 같은 해 10월이 된다.
따라서 조사의뢰기간 직후 지급된 3개월 후부터 조사명령서 발부일 기준 최근 3개월까지의 기간은 2017년 4월, 5월, 6월, 7월로 총 4개월이 포함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A의료법인은 ▲현지조사에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참여하지 않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들로만 진행된 점 ▲영상판독 데이터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영치조서를 교부하지 않고 원고 참여기회를 보장하지 않은 점 등도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보건복지부의 현지조사 기간은 최대 36개월로 제한하면서 조사대상 기간 설정 및 연장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정하고 있다”며 “2017년 4월부터 7월까지 조사기간은 법률을 위반했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하지만 현지조사 당시 보건복지부 공무원 불참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들이 복지부 장관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조사업무를 진행했다고 볼 수 있어 위법이 아니다”라며 “자료 확보 역시 위법성을 인정할 근거가 없어 원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