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의 건강 접근성 강화를 위해 의원급 국가검진기관 등이 참여 가능한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 사업이 사실상 방치,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당 사업을 위한 예산 및 행정적 지원이 별도로 책정돼 있지만, 보건복지부 관리가 미흡해 장애인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장애인 A씨는 50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키와 몸무게를 확인할 수 있었다.
A씨는 “그동안 동네 건강검진기관에서 검진을 받아왔는데 거기서는 키와 몸무게를 알 수 없었다”며 “얼마 전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에서 검진을 받으며 50년 만에 내 키와 몸무게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장애인 B씨 또한 건강검진을 받으러 갈 때마다 늘 보호자를 대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검진기관에서 B씨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보호자 없이는 산부인과 검사를 비롯한 각종 검사 실시 자체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건강검진기본법 제4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국가건강검진을 통해 건강을 증진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장애인들은 여전히 국가건강검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관계 법률은 국가와 지자체가 장애인에게 맞춤형 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장애인 건강검진사업을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해당 사업을 위한 예산 및 행정적 지원 역시 별도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의원(국민의힘 원내부대표)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 지정 현황’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사실상 이를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7개 시·도 중 대구, 광주, 울산, 세종, 충남 5개 시·도에는 사업시행 6년 차인 올해까지도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이 1곳도 지정되지 않았다.
전북의 경우 지난 2019년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 1곳이 지정됐으나 현재 지정취소 절차가 진행 중이다.
결국 6개 시·도에 거주하는 장애인 52만 여명의 건강검진 접근성이 제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전체 등록 장애인의 약 20%에 해당한다.
현재 장애친화 검진기관을 운영 중인 곳은 양산부산대병원, 중앙병원(제주), 부산의료원, 인천의료원 등이다.
건강검진기관 21개소 중 11개 아직 ‘미개소’…장애친화 시설기준 충족 못해
더욱 큰 문제는 현재 지정된 시·도 지역 내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 21개소 중 11개소는 장애친화 시설기준 미충족 등으로 인해 미개소 상태에 머물러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개소 검진기관 활성화를 위한 복지부의 대응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다.
일례로,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으로 지정된 대전 소재 A병원의 경우 선정 이후 기관 자부담 비용 발생으로 개소가 지연됐음에도 복지부는 4년이 지나서야 현장 방문을 했다.
또한 경남 소재 B대학병원 역시 지정 이후 3년이 지나서야 현장실사가 이뤄졌으며, 시설기준 미충족으로 인해 2023년 2월 공사완료 후 심사가 예정돼 있다.
제주도 소재 C병원은 이사장이 출입구 부근 점자블록 설치 반대해 공사가 5년째 중단된 상태로, 완료 예정일도 미정인 상황이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소요되는 시설 개보수 문제 외에도 장애친화 검진기관에서 활용해야 하는 장애인 맞춤형 검진항목이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이종성 의원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건강검진 수검율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복지부는 장애친화 건강검진사업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을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으로 당연 지정하는 법안이 최근 복지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며 “해당 법안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복지부는 장애친화 건강검진사업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