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관상동맥질환 환자에서 스텐트 시술 후 적절한 이중 항혈소판제 치료 방침을 다기관 대규모 임상 연구를 통해 규명했다.
3~6개월 단기간 이중 항혈소판제제를 투약하는 게 12개월 장기간 투약하는 것과 비교해 치료 효과와 안전성 면에서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 교수팀은 국내 33개 기관에서 3세대 약물용출 스텐트로 관상동맥 시술을 받은 환자 201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결과를 최근 미국심장학회에서 발표했다.
이 성과는 심혈관계 분야 최고의 권위지인 ‘서큘레이션(Circulation, IF; 39.9)’에 발표와 동시에 출판됐다.
심장근육에 혈류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죽상경화증에 의해 좁아지면 운동 시 흉통이 발생하는 협심증이나 급성으로 혈류가 차단돼 심근경색이 발생한다.
이러한 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는 협착된 혈관을 넓히기 위해 관상동맥에 스텐트를 삽입하게 되는데, 국내에서만 매달 4000여명에 이르는 많은 환자들이 시술을 받고 있다.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 환자 중 90% 이상은 재협착을 방지하기 위해 약물이 표면에 입혀진 약물용출 스텐트를 삽입받는다.
그런데 재협착 위험을 크게 낮춘 약물용출 스텐트는 대신 내부에 혈전이 발생할 위험이 제기됐다.
이에 약물용출 스텐트 삽입 후에는 아스피린과 클레피도그렐 등 항혈소판제들 중 2가지 조합을 동시에 투약 받는 이중 항혈소판제 치료를 장기간 시행하는 게 표준 치료방침이 됐다.
이중 항혈소판제 치료에는 멍이 드는 것부터 뇌출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출혈 부작용 발생 위험이 있다.
최근 도입된 3세대 약물용출형 스텐트의 경우 약물을 스텐트에 입히는데 필요한 폴리머 성질이 개선되거나 아예 폴리머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스텐트 혈전증 위험이 감소했다.
연구진은 3세대 약물용출형 스텐트는 기존에 널리 사용되던 12개월의 장기간 이중 항혈소판제 투약을 3~6개월로 단축시켜도 치료 효과나 안전성 면에서 충분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연구결과, 1차 평가지표인 순 유해 임상사건 발생률은 3~6개월 단기투약군, 12개월 장기투약군이 각각 3.7%, 4.1%로 차이가 없었다.
또한 2차 평가지표 중 질환 치료 효과를 보여주는 목표병변 실패 발생률은 3~6개월 단기투약군, 12개월 장기투약군이 각각 2.4% 대 2.5%였다.
항혈소판제 투약 안전성을 보여주는 주요 출혈 사건 발생률도 각각 1.5% 대 1.9%로 두 그룹 간에 차이가 없었다.
이는 3세대 약물용출 스텐트 삽입을 받는 환자들이 3~6개월의 단기간 투약한 후 단일 항혈소판제 치료로 전환하는 게 효과와 안전성 면에서 충분함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김효수 교수는 “3세대 스텐트를 사용할 경우 치료 효과와 안전성 측면에서 이중 혈소판억제제를 3개월의 짧은 기간만 투약해도 충분하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결과는 환자 치료 편의성을 높이고, 의료진에게 자유롭고 다양한 처방 옵션을 제공하는 한편 국제 진료지침 개정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