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난 200년에 밀레니엄 시대가 도래하면서 성형이라는 영역에 보톡스와 필러가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당시 대부분의 성형외과 의사들은 약효가 몇시간 밖에 안되는 이 시술이 과연 앞으로 시장성이 있을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수술받을 때 수술 후 언제쯤 자연스러워지는지, 그리고 수술 결과는 얼마나 지속이 되는지를 제일 궁금해하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보통 춘추계 두번에 걸쳐 큰 학회에 참석하는데 대한성형외과학회와 그 산하 학회에서는 수술 또는 시술 후 6개월 이상이 안된 결과물을 갖고 발표하는 것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금기시했다.
그러니 3~6개월 정도 밖에 유지되지 않는 필러나 보톡스에 대해 대다수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냉담한 반응이었다.
게다가 수술은 마취주사, 수술기구, 그리고 봉합사가 필요한데 비해 처음 도입된 보톡스와 필러는 다소 원가가 비쌌고 이것을 활용해서 환자에게 충분한 수가를 받기가 쉽지 않았다.
또한 불만족스런 환자가 있을때에는 리터치를 해주려면 그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다.
무시하던 보톡스와 필러 성형이 대세
그러나 최근 결과를 놓고 보면 지난 20여 년간 엄청난 성형시장 변화가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보톡스, 마이오블로, 영국 디스포트, 독일 제오민 정도가 보톡스를 생산해서 공급했는데 근래 한국에서는 무려 9군데의 회사가 보톡스를 개발, 생산 보급하고 있다.
또한 10여 년전만 해도 전세계적으로 약 200여개 필러 회사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국내 필러회사만 해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러다 보니 양질의 보툴리니움톡신과 필러(주로 히알루론산)들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공급될수 있었고 이로 인한 무한 가격 경쟁이 촉발되면서 소위 '쁘띠성형 시장'은 급속도로 팽창했으며 관련 기업들은 상장을 통해 큰 부(富)를 누리고 있기도 한다.
한국 성형도 수술보다 시술이 대세
15~20년 전만 해도 한국의 성형 트렌드는 과감하게 손을 봐서 확실하게 변화하는 것이 흐름이었고 대표적으로 양악수술이 있다.
또한 단순히 쌍거풀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여 안검하수교정술 술기를 이용하여 큰눈을 만들어 주는 ‘눈매교정술’이란 새로운 용어를 만들기도 하였다.
반면 일본에서는 소위 '쁘띠성형'이 유행하며 한듯, 안한 듯 하면서도 어느 정도 약간의 개선이나 변화가 있는 시술들을 선호하는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중국 부자들도 대부분 바쁜 비즈니스 일정으로 칼을 대는 수술보다는 실리프팅 등으로 시술 후 일상생활에 지장을 거의 주지 않거나 바로 복귀할수 있는 방법을 선호했다. 5~10년 전쯤에 한국 성형외과 의사들이 사전에 현지 면허를 한시적으로 취득하고, 중국으로 출장진료하는 일들이 많았었다.
이때 안면거상술이란 큰 수술을 하는 성형외과의사 수술비보다 절개하지 않고 실리프팅으로 당겨주는 의사들이 더 큰 돈을 버는 역설적인 상황도 있었다.
칼로 절개하고 수술해서 당기는 것이야 누구나(?) 할수 있는 일이지만 칼을 안대고 실을 사용해서 처진 얼굴을 당겨주니 이는 더욱 능력이 뛰어난 것이라는 인식과 상술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
실버세대 관심 높아지는 피부미용 성형시장 트렌드 변화
코로나19 혼돈의 세월을 거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젊은세대가 줄고 실버세대가 경제력과 사회 활동면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필자 병원에도 상당수 환자분들이 실버세대다.
또한 과거처럼 수술로 크게 한번 고쳐서 오래도록 유지되는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평소 조금 조금씩 본인이 감당할 만한 수준에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범위내에서 피부 재생 및 탄력 회복, 볼륨의 보충, 피부 잡티 개선 등을 원하는 분들이 많이 늘고 있다.
물론 많이 처지거나 늘어진 사람에게는 주름 절제가 필요하겠지만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하고 체력을 갖춰 연령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건강과 체력을 유지하듯이 평소에 조금씩 필러, 보톡스, 레이저, 슈링크, 피부고주파 시술, 스킨부스터 시술등을 통해 건강한 외모와 피부를 유지하려는 분들이 많이 증가했다.
이렇게 찾아와서 시술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아직도 경제적인 활동을 꾸준히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고 때론 사회활동 및 봉사, 여가활동 등을 꾸준히 하는 분들이다.
사람은 걸어다닐 때까지가 인생이라고 말한다. 걸어다닌 만큼의 수명과 건강을 누리게 된다.
자신이 가진 유전적인 조건은 남들보다 피부가 좋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 잡티, 검버섯, 쥐젖 같은것들이 잘 생길 수 있고, 탈모와 주름도 잘 생길수도 있다.
그냥 받아들이고 그대로 살수도 있겠지만, 좀 더 젊고 건강해 보이는 외모로 좀 더 인생을 역동적으로 살아나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스스로 자신을 존중해주고 귀히 여기는 ‘자존감’이 아닐까 한다. 성형외과 의사는 환자 자존심을 치료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존감을 높여주고 치료하기 위해 환자를 돌보는 존재가 아닌가 싶다.
평소 운동을 안하던 사람이 갑자기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았다고 보디빌더처럼 몸이 순식간에 좋아지고, 마라토너처럼 긴 거리를 뛰어 다닐 체력이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매일 보는 거울을 통해 나의 표정을 살피고, 건강상태와 더불어 피부 건강도 함께 돌보는 것이 건강하게 오래도록 삶을 누릴수 있는 방법이라 여겨진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의 검버섯을 방치하기 보단 검버섯 몇 개 빼고 시작하는 나의 일상이 더욱 활기 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