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내 의사의 의무와 제재조항이 개별 행위 기준으로 1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건강보호와 의료인의 안전한 진료환경 보장을 위해 의료법 내 의사의 의무와 권리를 균형감 있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의사 권리와 의무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법상 의사 의무와 벌칙이 권리 보호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의료법에 의사 권리 또는 보호는 3개 조항, 6가지 세부 내용에 불과한 데 비해 의무와 이에 따른 벌칙은 6개 조항, 약 72가지 세부 내용에 달했다.
자격정지 1개 조항 및 40가지 세부 내용, 과태료 1개 조항 및 20가지 세부 내용, 시정명령 1개 조항 및 30가지 세부 내용이 있다.
여기에 의료업 정지 또는 개설 허가 취소와 같은 행정처분 사유까지 더하면 의료인에게 100여가지 이상의 의무와 이에 대한 제재가 존재한다.
우봉식 연구소장은 "다른 전문직을 규제하는 국내외 법에서 이처럼 많은 의무와 벌칙을 찾아볼 수 없다"며 "단일법으로 형법을 제외하면 최고 수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의료법 외 다수의 의료 관계법상 의무와 제재가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료인이 행하는 진료행위와 행정행위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법적 규제의 대상이 된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개선책을 내놓았다. 우선 현행 의료법상 벌칙 및 행정처분 적용 현황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 축적 및 공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뿐만 아니라 '의무-벌칙-행정처분' 조항을 각각 다른 조항에 규정하고 있는 입법 형식을 개선해, 의료법 수범자인 의료인이 자신의 의무와 상응하는 벌칙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경미한 행정절차 위반에 대해선 벌칙을 지양하고, 경고 및 시정명령 등 행정처분으로 대체함으로써 신속한 시정을 유도하며, 의료기관 행정처분은 복지부장관으로 권한을 통일할 것을 요구했다.
우봉식 소장은 "현행 의료법은 의사에게 과도한 의무와 제재를 부과해 환자 생명을 살리려고 위험을 감수하고 최선을 다하기보단 형사처벌을 피하는 방어진료로 의사를 몰아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문제들이 위험성이 크고 노동강도가 센 필수의료 기피요인이 돼 필수의료 붕괴를 염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과도한 규제는 의학 발전 저해는 물론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수행의 자유까지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를 제공해야 하는 의료법 목적을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