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계 종주단체인 대한병원협회가 의료계에 산적한 각종 현안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근거자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익단체들의 통상적인 ‘우는 소리’가 아닌 객관적인 논리 제시를 통해 의료정책 대안을 도출하겠다는 정책단체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대한병원협회는 최근 총 4건의 연구용역 추진에 관한 사항을 의결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그동안 병원협회는 산발적으로 각종 현안에 대한 연구를 추진해 왔지만 4건을 동시에 발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책 대응을 위한 기초자료 도출 의지가 투영돼 있다는 분석이다.
신응진 정책위원장(순천향대부천병원장)을 필두로 근거자료에 기인한 정책단체로의 위상 강화를 본격화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추진되는 연구는 △필수의료 관련 응급의료센터 의료진 온콜 당직 현황과 개선 방안 △환자 사망에 따른 의료분쟁조정위원회 자동 회부 문제점과 개선 방안 △권역심뇌혈관센터 현황과 개선 방안 △의사 소득 수준과 관련 요인 분석 등 4가지다.
우선 병협은 최근 화두로 부상한 필수의료와 관련해 응급의료센터 의료진 온콜 당직 현황을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응급의료 현장에 몸담고 있는 의료진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궁극적으로는 환자안전과 의료 질(質)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현장 의료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자문단을 구성해서 응급의료센터 온콜 당직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현장 목소리가 반영된 개선 방안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환자 사망시 의료분쟁조정위원회에 자동 회부되는 구조에 대해서도 연구가 이뤄진다.
현행 의료분쟁조정법상 의료사고 유형이 △사망 △1개월 이상 의식불명 또는 장애 1급에 해당하는 경우 의료분쟁조정이 자동 개시된다.
자동개시에 대한 이의신청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유명무실한 만큼 병협은 이번 연구를 통해 법률의 문제점을 짚어내고 개선 방안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대형병원 간호사 사망사건을 계기로 시선이 쏠리는 권역심뇌혈관센터 역할과 한계, 효율적 운영 방안 등에 대한 연구도 진행된다.
권역심뇌혈관센터 현황 분석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필수의료 및 지역완결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묘책을 제시하겠다는 의지다.
국내 의사 직역 소득 수준 파악에도 나선다. 외부 조사기관들이 간헐적으로 공개하는 의사 소득 조사자료에 맹점이 다분한 만큼 최대한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수치를 도출할 예정이다.
의사 소득에 대한 단순 비교의 문제점을 도출하고 수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 의사들 소득이 적절한지 평가하고 국민 인식 전환을 도모한다는 복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