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를 비롯해 교육·연구를 모두 수행해야 하는 대학병원 교수들의 워라밸(Work&Life Balance) 관련, 인식 조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은다.
교수는 '진료'를, 부교수와 조교수는 '가정'을 중요한 삶의 가치로 생각하는 경우가 도드라졌다. 아울러 교수들은 '진료', 부교수와 조교수는 '연구'에 대한 스트레스가 가장 많았다.
영남의대 의학교육인문학교실, 고신의대 이비인후과학교실, 부산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공동 연구진은 최근 '대한의학교육학회지'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과대학 임상교수 직급에 따른 일과 삶의 균형 차이' 연구결과를 게재했다.
조사에는 교수, 부교수, 조교수 등 임상교수 163명이 참여했다. 직급별로는 교수 65명(39.9%), 부교수 58명(35.6%), 조교수 40명 등이었다.
성별로는 남성 62.6% 여성 37.4%, 연령별로는 40대 53.4%, 50대 28.8% 등이었다.
기혼자는 전체의 92.5%인 151명, 자녀가 있는 경우는 144명(88.3%)이었다.
연구팀이 환자 진료·교육·연구·자기계발·가정 등의 항목을 중심으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직급별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와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이 달랐다.
교수들은 우선 가치로 '진료'를 꼽은 인원이 48.3%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다.
'가정'이라고 답한 인원은 41.7%였으며 '교육' 6.7%, '연구' 1.7%, '자기계발' 1.7% 순이었다.
반면 부교수, 조교수는 '가정'이라고 답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부교수는 '가정' 52.6%, '진료' 36.8%, '연구' 10.5% 등이었으며, 조교수의 경우 '가정' 52.5%, '진료' 32.5%, '연구' 7.5%, '자기계발' 7.5% 순이었다.
교수들은 가장 중시하는 '진료' 때문에 스트레스도 심한 것으로 보인다.
스트레스 요인으로 진료를 꼽은 경우가 56.7%로 가장 높았다. 이어 '연구' 20%, '가정' 11.7%, '교육' 10% 순이었다.
'연구'는 부교수, 조교수들이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이었다. 부교수는 45.1%가 '연구', 43.1%는 '진료' 때문에 힘들어했다. '가정' 7.8%, '교육' 3.9% 등이 뒤를 이었다.
조교수 집단에서 '연구'가 가장 스트레스 요인이라고 대답한 비율은 48.6%를 차지했다. 이어 환자 진료 45.9%, 가정 5.4%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연구팀은 "교수는 육아 문제에서 다소 자유롭고 정년 보장이 돼 있는 상황이지만, 조교수와 부교수는 육아와 연구실적 압박을 받기 때문에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조교수 워라밸 수준이 낮은 것은 이직·채용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에 조직에서 깊게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목되는 부분은 모든 직급에서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비율이 매우 낮았고 주 스트레스 요인이 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교육에 투자하는 시간이 적어 중요도와 스트레스 모두에서 낮은 결과를 보였다"며 "임상교수 업무 중 진료, 교육, 연구가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수 경험, 워라밸 인식과 정비례···교수 43%, 부교수 57%
워라밸을 지원받은 경험 역시 직급 별로 차이가 났다. 교수 33.8%, 부교수 22.4%, 조교수 12.5%가 '워라밸을 지원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지원받은 구체적 경험과 관련해서는 교수와 부교수의 경우 '훈련(교수 연수)'이 각각 43.3%, 57.1%를 차지했고, 조교수는 '가정'으로부터 지원받은 경험이 57.1%로 가장 많았다.
연구팀은 "직급 발달에 따라 대학에서 제공하는 연수 참여 기회가 많아지는데, 이는 의대교수들이 워라밸 지원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라밸 지원을 위한 요구사항 또한 다소 달랐다. 업무 지원을 위해 교수들은 과로를 유발하는 업무제도를 해소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부교수는 업무 프로세스 간소화·효율화, 조교수는 과로 근무체제 해소 등을 바라고 있었다.
연구팀은 "전공의 근무시간 제한 등 인력난때문에 임상교수들 업무 불만은 커지고 있다"며 "과로 근무체제 해소, 업무 프로세스 효율화를 위한 제도 개편이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