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응급환자 생명권 사수를 기치로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임상병리사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통상적인 업무 특성을 감안하면 이해상충 소지가 없어 보이지만 임상병리사들은 ‘업무 범위 침해’를 지적하며 반감을 감추지 않는 모습이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이달 초 ‘2023년도 1차 중앙응급의료위원회’를 열고 응급구조사의 업무 범위 확대 조정안을 2024년 하반기부터 제도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제4차 응급의료기본계획에도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 확대 방침이 담겼다.
정부는 현재 응급의료체계가 응급 현장·이송 단계, 응급실 진료, 수술·입원 등 최종진료 사이에 전달체계가 매끄럽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구급대원이 응급환자 이송 과정에서 업무가 제한돼 있어 정확한 상태 파악이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5종의 업무를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세부적으로는 ▲심전도 측정 및 전송 ▲심정지 시 에피네프린 투여 ▲아나필락시스 쇼크 시 에피네프린 투여 ▲정맥로 확보 시 정맥혈 채혈 ▲응급분만 시 탯줄 묶기 및 절단 등이다.
자격을 갖춘 응급구조사는 이송 전, 이송 중, 의료기관 내에서 이들 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나 심전도 측정·전송 업무의 경우 의료기관 중에서도 응급실 내에서만 가능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응급환자가 신속하게 응급처치받을 수 있고 이송 중 환자의 중증도 판단이 용이해져 보다 적정한 응급의료기관으로의 이송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게 복지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임상병리사들은 심전도 측정 및 채혈 업무 허용에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행위 주체인 임상병리사와의 사전 의견 조율도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임상병리사협회 장인호 회장은 “이렇게 되면 응급구조사가 구급차 외 병원 응급실 등에서 임상병리사 업무인 심전도 측정과 채혈 업무를 침탈하게 된다”고 힐난했다.
협회는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 확대 저지를 위한 총력 투쟁을 예고하고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했다.
우선 장인호 회장과 임원진 40명은 최근 보건복지부 세종청사 앞에서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 확대 조정 부당성 저지를 위한 발대식’을 갖고 업권 수호를 위한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장인호 회장은 삭발을 통해 결연한 의지를 천명했다.
아울러 지난 3월 17일에는 장인호 회장이 직접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를 만나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 조정’에 대한 협회 입장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주호영 원내대표는 직접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에게 전화를 걸어 임상병리사협회 입장을 전달하고 양측의 만남을 주선했다.
장인호 회장은 조만간 박민수 제2차관을 만나 협회 입장을 전하고 업권 수호 의지를 피력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타 직역의 임상병리사 업무 침해를 타파하겠다는 각오로 삭발했다”며 “임상병리사 업권 수호를 위해 최선의 방법으로 끝까지 당당하게 맞서 싸우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