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뇌손상이 발생한 산모에 대해 2심 법원이 1심 판결을 뒤엎고 의료기관에 배상액과 이자를 포함 약 15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결정에 대해 의료계가 우려를 표했다.
6일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안정적인 진료환경이 없는 현재, 젊은의사들은 열악한 현실과 의료분쟁 위험으로 향후 필수의료 및 기피과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의사회는 "2014년 인천 자궁 내 태아 사망 사고가 발생, 담당 의사가 금고형을 선고 받은 당시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이 50%대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판결 또한 결과가 안 좋았을 뿐인데, 의료진 탓으로 돌리며 배상을 판결한 것은 아주 충격적이다. 이로써 필수의료 살리기 길은 더욱 멀어져 가는 상황"이라고 피력했다.
저출산과 낮은 수가, 분만사고에 대한 무차별적 형사 처벌과 수억 원대에 달하는 민사 소송들로 필수의료인 산부인과의 몰락은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산부인과를 전공해도 분만보다는 사고가 적은 부인과, 난임, 미용 쪽으로 진로를 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분만을 담당하지 않는 전문의는 42.4% 수준이며, 젊을수록 그 비율이 높다.
분만을 하다가 그만둔 이유로 '의료사고에 대한 우려 및 분만 관련 정신적 스트레스'(38%) 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인구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산과 의사수도 절벽이 되는 상황이다.
산과 의사의 감소는 모성 사망 증가로 이어지며, 우리나라 평균 모성 사망비는 10만명당 12.29로 OECD 평균에 비하여 1.5배 높으며, 분만 취약지에서는 모성 사망비가 훨씬 높다.
의사회는 위기의 산부인과를 살리기 위해 △산과 무과실 보상금 100% 정부 지원 △보상액(3000만원 제한) 증가 △불가항력 분만사고 보상 범위 확대 △의료사고처리특례법 통과 등을 촉구했다.
의사회는 "분만 과정에서 일어난 의료사고에 대해 의료진 과실이 없어도 분만의사가 재원의 30%를 부담하고 있는데, 정부가 전액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사고 관련 민사소송 액수는 10억원대고 병원 과실이 입증되지 않은 경우에도 환자와 그 보호자가 요구하는 합의금은 수억원에 달하는데 보상액 3000만원은 터무니없다"고 부연했다.
단체는 "의료사고가 났다고 해서 의사를 형사 처벌하는 일은 외국에선 없다. 선의의 의료행위에도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날 경우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면 필수의료는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분만과정에서 발생한 나쁜 결과를 의료진 탓으로 돌리면 앞으로 산부인과를 하려는 의사는 없을 것이며, 분만 환경은 더 열악해질 것"이라며 변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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