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간호법 이슈로 보건의료 직역단체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6개 직종 협회 대표들이 모여 한 목소리로 '적정 인력 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인력기준 마련을 위해 실태조사를 진행 중인 간호사,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등 의사 외 직역들이다. 이들은 4월 7일 세계보건의 날에 앞서 6일 열린 국회 토론회(라운드테이블)서, 현장 인력이 부족해 발생하는 환자 안전 문제와 당사자들의 고충을 생생히 전했다. 이날 토론회는 정춘숙 국회보건복지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 전국보건의료산업(보건의료노조), 건강정책학회, 대한간호협회, 대한물리치료사협회 등이 주최했다. [편집자주]
기준 미준수·불법 고용·무면허의료행위, 의료법 있어도 처벌 안되는 현실
최훈화 간호사(대한간호협회 정책자문위원) 빅5 병원의 신경외과 간호사 시절, 프리셉터 이수 후 첫날 혼자 담당했던 환자 수가 15명이었다. 아수라장 속에서 근무하고 낮번 근무임에도 밤근무자와 함께 퇴근했다. 우리나라에 간호사 적정인력 기준이 없어서 그러했던 게 결코 아니다.
의료법을 개정해 간호인력 기준을 명시하고, 의료기관 처분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의료기관의 자발적 개선 의지와 행정기관의 법 집행 의지 또한 미흡해서 법 개정 및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38조에 따르면 의료기관에 둬야 하는 간호사 정원(종합병원·병원·의원) 연평균 1일 입원환자를 2.5명으로 나눈 수지만, 일반 국민이 알 수 없는 내부 정보다. 처벌도 미미하다. 2017년부터 2021년 4월까지 지난 5년 간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중 간호사 법적 정원 기준을 준수한 기관은 59.6%에 그쳤다. 간호사 법적 정원을 미준수한 의료기관은 7147개소였지만 복지부의 행정처분은 146건 뿐이었다.
남인영 간호조무사(보건노조 한국원자력의학원지부 대의원) 환자 당 간호조무사 인력 기준은 1대 20 이하로 해야 한다. 간호간병통합병동을 제외한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는 간호조무사 정원을 인정받지 못해 무자격자와 동일한 취급을 받고 있다.
간호조무사는 파견불가 직종인데, 일부 병원은 변칙적으로 파견해 고용 중이다. 심지어 간호간병 재활병동에서는 요양보호사가 간호조무사보다 훨씬 더 많이 배치돼 요양보호사가 환자 간호행위까지 하고 있다.
이직과 퇴사가 심각해 업무 연속성도 보장할 수 없다. 이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일반병동에서는 간호등급제 적용 대상에 간호조무사를 포함해 시행해야 간호인력 공급이 원활할 수 있다.
이연섭 물리치료사(대한물리치료대학 교육협의회 회장) 의료기사 중 가장 무면허의료행위가 자주 일어나는 직종이다. 물리치료사 고유 업무가 신체교정·재활운동·자세교정·마사지 등인데, 요즘 흔히 보이는 '운동치료사', '재활치료사'는 실제 없는 직업이다.
그러나 의료기관이 경영상 이유로 저임금을 주고 무자격자를 무분별하게 채용하고 있다.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 물리치료사는 대부분 정규직이었는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최근 인턴·계약직 등 단기직과 아르바이트인 임시직도 많아졌다. 치료 중 문제가 생기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진다.
물리치료사 인력기준(하루 30명 이상 치료할 수 없다)은 있지만 휴게시간 등 구체적 기준이 필요하다. 인력에 대한 차등적 기준도 세워야 한다. 학부 졸업자와 석·박사 졸업자가 같은 대우를 받는다면, 병원은 고학력자를 내보내고 임시직 및 저학력자를 고용할 뿐이다.
낙상 등 돌발 상황 대처에 1명은 부족···현장 반영 기준 절실
신동원 작업치료사(보건노조 충주의료원지부 부지부장) 1인 근무를 금지하고, 전문치료 시 1대 1 치료 원칙을 세워야 한다. 또 1대 다수의 프로그램의 경우, 1일 평균 6인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
작업치료사가 부족해 발생하는 가장 흔한 사고는 낙상이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환자, 감각 및 인지기능 저하 환자는 사고 위험이 높다. 작업치료사들도 당연히 위험한 상황에 노출된다.
치료 과정 중 환자·보호자로부터 가격 당하고, 작업 도구로 쓰이는 펜이나 가위로 허리를 찔리는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한다. 이 때 작업치료사가 혼자 근무한다면 안전에 너무도 취약하다.
정민호 방사선사(보건노조 백병원 부산지역지부 대의원) 장비 1대 당 2명의 필수인력이 필요하다. 검사 장비 1대 당 1명이 배치되는데, 환자는 10명 중 7명이 휠체어나 베드를 타고 온다.
방사선사가 직접 한명 한명 부축해 검사대 위에 올려서 검사해야 하고, 중증도 높은 환자나 소아는 누가 잡지 않으면 검사를 할 수가 없다. 장비와 환자가 멀리 떨어져 있기에 언제 낙상할 지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보호자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MRI 검사의 경우 환자 몸에 달린 클립 등 작은 쇠붙이 때문에도 큰 사고가 난다. 이를 비롯해 낙상·약물부작용·심정지 등 응급상황에 방사선사 1명이 대처하기란 쉽지가 않다.
우상국 임상병리사(보건노조 여의도성모병원지부 지부장) 임상병리 검사 업무를 실시하는 모든 의료기관에 임상병리사를 필수로 배치해야 한다. 현행 임상병리사는 병상규모와 인력기준이 비례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의정무성모병원은 15병상 당 1명, 경희대병원은 12.5병상 당 1명, 서울아산병원 8.6병상 당 1명, 서울성모병원 7.2병상 당 1명, 서울시 북부시립병원은 1인당 병상 수가 40이다. 이는 임상병리사 인력 현황이 다양한 현장 조건과 맞물려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환자 진료와 치료에 기초 결과를 제공하는 최일선 검사 담당인력으로서 양질의 정도관리 및 장비관리, 최종결과 확정 등을 수행하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현재 의료기관별 검사 업무 특성, 의료기관 종별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하며 33개 항목 검사 업무 소요시간이 다른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