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학계가 "최근 수술·응급 등 세부전공 분야를 포기하는 정형외과 전임의 수가 늘고 있으며, 전공의까지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재차 성토했다.
원인으로는 국내 일부 정형외과 수술 수가가 OECD 주요국 수가보다 20배 이상 낮게 책정돼있는 등, 수술할수록 적자를 만드는 비현실적인 수가와 급여 기준이 지목됐다.
대한정형외과학회(이사장 정홍근)가 지난 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민건강 증진 위한 정형외과 수술 수가 현실화'를 주제로 개최한 정책간담회에서는 이같이 의견이 모아졌다.
이번 간담회는 정형외과 수술 수가 원가 분석 및 근본 문제 등을 살펴보고 보다 근본적으로 의료붕괴를 막기 위한 개선안·정책안을 도출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승범 대한정형외과학회 보험위원장(고대안암병원장)은 정형외과 수술 수가의 비현실적 기준을 문제로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비현실적인 기준 뿐 아니라 관련 질환과 수술에 대한 경증, 단순 질환 분류로 인해 투자가 매우 저조하다"며 "이는 근골격계 필수의료 붕괴로 연결된다"고 경고했다.
그에 따르면 흔히 '무릎 인공관절 수술'이라고 불리는 인공 슬관절치환술의 경우 국내 수술비는 약 70만원이다.
같은 OECD국인 캐나다, 프랑스 등의 약 1300만원~1600만원으로 책정된 것과 약 20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우리나라보다 물가가 낮은 중국의 경우를 살펴봐도, 해당 수술료는 923만원으로 국내 수술료의 12배 이상이었다.
한 위원장은 "재료비 및 입원료가 포함된 국내 수가와 이러한 부분이 제외된 국외 수가를 단순 비교한 측면에서도, 현저히 적은 우리나라 의료수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국 정형외과 수가, OECD국가 대비 처참할정도 낮은 수준"
"외상·수부·소아 등 수술·응급분야 세부전공 전임의 급감"
그에 따르면 최근 학회가 정형외과 전공의·전문의를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정형외과 전임의 수가 전국적으로 줄고 있었다.
또 수술을 전문적으로 배우는 전임의를 희망하는 전공의 비율 역시 줄어들어, 수술 기피 현상이 전공의들에게까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위원장은 "특히 정형외과 외상수술, 수부(손가락절단), 소아 등 수술과 응급이 많은 세부전공에서 현저히 전임의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위험도가 높은 수술을 수행할 의사가 줄어들면 중증 고령 환자 등이 치료받을 곳이 없어지는 상황이 심화된다는 점이다.
한 위원장은 "정형외과 수술 수가 및 급여기준을 현실화하고 산정 불가 치료재료에 대한 실가격 보상, 80세 이상 내과적 질환 동반 환자 수술의 경우 전문 진료질병군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패널 토론자로 나선 윤석준 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중증도 분류에 있어 80세 고령 환자이면서 당화혈색소 수치 높은 환자처럼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은 수술 수가를 조정하는 현실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홍근 정형외과학회 이사장(건국대병원 교수)은 "비현실적으로 낮게 책정된 정형외과 수술 수가로 많은 정형외과 전문의들이 오랜기간 수련 후에도 수술을 포기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어 "의사가 수술을 포기하게 하는 참담한 실정은 결국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노동생산성 저하를 초래한다"며 "수술 수가 현실화를 시작으로 올바른 의료 서비스 제공하기 위한 각계각층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