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료인과 공모해 의사 지도 감독 없이 외국인 근로자 1만8000여명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진행한 의사에 대한 면허 취소는 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정용석)는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 취소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서울시 강남구에서 영상의학과의원을 개설 및 운영하는 의사다. 임상병리사 B씨는 A씨가 운영하던 의원의 검진3팀에서 영업이사라는 직책으로 영업 및 인원관리 등 업무를 담당했다.
B씨는 의료인이 아님에도 사단법인 C와 외국인근로자 건강진단 기술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검진 3팀의 직원으로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등을 채용했다.
B씨는 재단 외국인력팀에서 실시하는 외국인 취업 근로자들의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C사단법인에서 받은 검진비 중 인건비 등 비용을 공제한 이익 중 90%는 본인이, 나머지 10%는 A씨가 나눠 가졌다.
이들은 2016년 1월 5일 경부터 2017년 12월 26일까지 여주시에서 취업을 위해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 1만8474명을 상대로 의사 지도·감독없이 채혈, 시력검사, 청력검사, 방사선검사, 매독, B형 간염, 폐결핵 검사 등 22종 건강 진단 출장검진을 실시했다.
채혈한 혈액을 센터에 의뢰해 검사하고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건강검사 결과를 검진3팀 직원이 임의로 A씨의 영상의학과 의원 종합검진센터장 명의로 작성했다.
이들은 건강검진 결과를 C사단법인에게 통보하고 그 대가로 총 1억3093만원을 교부받았다.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 등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범죄사실이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들의 형량은 대법원의 상고기각 판결로 확정됐다.
보건복지부장관은 형량이 확정되자 의료법 및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등에 근거해 A씨에게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처분을 내렸다.
A씨 “B씨에게 의료행위 지시했어도 의료법 위반 의율 타당” 주장
하지만 A씨는 "문제가 된 건강검진은 자신의 지도 아래 B씨가 권한 범위 내에서 한 것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B씨와 범죄를 공모한 바 없다. 설령 내가 비의료인인 B씨에게 의료행위를 지시했다고 보더라도 이는 보건범죄단속법이 아닌 의료법 위반으로 의율되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에 해당 판결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A씨에게 의료법을 적용하면 비의료인인 B씨에게 업무 범위를 벗어나는 의료행위를 지시한 혐의로 1년 범위 면허자격 정지 요건 등에 해당한다.
또한 그는 “보건복지부는 재판이 종료되고 상당한 기간 동안 처분하지 않다 1년 8개월 뒤 의사면허를 취소했다”며 “불이익 처분이 없을 것이라 믿었던 정당한 신뢰를 위반해 신뢰보호 원칙을 위반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는 B씨와 공모해 영리를 목적으로 의사가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업으로 하는 행위를 했다는 보건범죄단속법 위반의 범죄사실이 인정됐다”며 “의료법이 아닌 보건범죄단속법을 적용하는 것이 판단의 잘못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A씨에게 이 사건과 관련해 처분하지 않겠다는 공적인 견해 표명을 한 사실이 없다”며 “상호 신뢰보호 원칙 위반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