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직역 간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지금, 국민 건강을 위해 서로를 이해하고 반목을 풀어보자는 목표 아래 '더 좋은 보건의료연대(이하 더보연)'가 출범했다. 더보연 상임대표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를 비롯해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前 회장, 대한한의사협회 최혁용 前 회장, 대한약사회 정수연 前 이사 등 4명이 맡는다. 이들 외에도 간호사,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 응급구조사 등 17개 보건의료단체 전·현직 임원이 회원으로 합류했다. 정책 제안은 물론 정치력까지 갖춘 단체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가진 더보연의 상임대표 서울의대 김윤 교수[사진]를 만나 출범 배경 및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주]
Q. 더보연 출범 배경이 궁금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캠프에 모여 공약을 만들 기회가 있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보건의료가 가진 문제를 고민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다가 올초 의료 현안에 대해 논의한 내용을 정부와 정치권에 정책을 제안하는 단체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와 추진하게 됐다.
Q. 궁극적인 지향점은 무엇인가
각 직역 이해를 벗어나 환자, 또는 국민이 중심이 되는 보건의료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영역 나누기'가 아닌 '영역 키우기'식 접근이 필요하다. 영역 나누기식 접근은 직역 간 배타성을 높이는 구조를 만든다. 본인들 직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과중한 업무를 부담하고, 책임을 떠안는다. 의료자원 배분 및 활용에 있어 비효율성이 발생하는 셈이다. 더보연은 각 직종의 풀뿌리 논의를 활성화해 대안을 제시하고, 의료인들이 근무하기 좋은 의료환경을 만들기 위한 협의의 장(場)이 되고자 한다.
Q. 주요 안건은 '의료인력 공급' 문제다. 민감한 주제인데
국내 의료체계는 폭풍전야 상황에 놓여 있다. 의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고, 의료인력이 부족해 환자가 제대로 된 진료,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의사, 간호사 인력 공급을 늘리고 분포를 개선해야 한다. 인력 공급은 장기적 과제다. 의사 양성에만 10년이 걸린다. 의료시스템이 그때까지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실제로 응급환자가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앰뷸런스에서 사망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 바로 지금 해결 단초라도 만들어야 한다.
Q. 의료인력 공급 부족 문제 발생 이유는
의사 수보다 병상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심뇌혈관질환 시술병원이 많아 해당 전문의가 분산되다 보니 항상 인원이 부족하다. 전공의 지원도 적어 PA가 업무 지원을 맡게 됐다. 만약 센터를 지정해 인력을 배분한다면 지금 배출된 의사만으로 병원 당 6명까지 고용이 가능하다. 병상 수 공급 제한을 추진한다면 병원계에선 환영하겠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직역 간 배타성, 직군 발전 장애요인 작용-반목 아닌 상생 기반 환자·국민 중심 지향"
"한국 의료 폭풍전야, 특단의 조치 시급"
"정치인에 의지하는 단체 아닌 정치력 갖춘 단체 지향"
Q. 직역 간 이해를 탈피한 논의가 가능한가
'이해'를 벗어나서 논의하자는 것은 각자의 전문성 혹은 업무 영역을 인정하되, 중첩되는 부분에 대해 허용 가능성을 살펴보는 것이다.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환자가 늘고 있다. 의사가 지역사회 노인들에게 방문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여력이 없다면 간호사가 일정 부분 담당하도록 허용해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행위를 한 사람이 지면 된다. 직종의 업무 범위를 지키는 것도 좋지만, 그것이 때론 직종 발전의 장애요인이 되기도 한다.
Q. 보건의료 정책에서 산업계 비중도 커지고 있다
그렇다. 앞으로 비대면 진료를 포함한 산업계 종사자들도 함께 할 계획이다. 의료 발전에 적절한 의료기술 활용은 매우 중요하다. 공공적 시각만을 강조하며 산업 발전을 도외시하는 시대는 지났다. 그러나 현재의 논의에서 아쉬운 점은 환자가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헬스도 비대면 진료도 환자를 제외하고는 해피엔딩이 어렵다. 환자와 국민을 중심에 두는 의료정책 패러다임은 산업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Q. 향후 계획은
정책을 정교하고 전문적으로 만들여 제안하는 역할보다 현장에 있는 다양한 보건의료인이 참여해서 만드는 정책, 토론하고 합의해서 만든 정책을 구현할 수 있도록 정치력까지 갖춘 단체로 자리매김하고 싶다. 좋은 정책을 만들어도 정치인들은 선거철에만 잠깐 관심을 갖고 잊는다. 정치인에만 의지하기 보다 정치력을 갖춰 실제로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단체로 성장시킬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