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윤한덕 센터장이 염원했던 중앙응급의료센터 정체성 및 독립성 확보가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설립된지 무려 21년, 대한민국 응급의료 시스템 확립을 위해 분투했던 故 윤 센터장이 운명을 달리한지 4년 만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최근 이사회에서 중앙응급의료센터를 의료원장 직속으로 편제하는 조직개편안을 의결했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2일 이를 최종 승인했다.
이로써 국립중앙의료원 조직도 상에 공공보건의료본부 산하 부서 중 하나로 편제돼 있던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의료원장 직속 기구로 승격됐다.
이번 조직개편은 지난 2월 시행된 응급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른 후속 조치다.
시행규칙에는 응급의료 분야 특수성을 고려해 중앙응급의료센터 조직은 다른 직제와 분리, 독립적으로 구성, 운영해야 하고 센터장의 업무 수행의 전문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명시됐다.
이에 따라 위탁 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은 중앙응급의료센터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오랜기간 국립중앙의료원의 한 부서 형태로 편제돼 있던 탓에 ‘응급의료기관’으로 오인되던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한 셈이다.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응급의료체계 실무를 총괄하고 효율적인 응급의료 자원 관리 및 운영을 기치로 지난 2000년 발족했다.
재난상황을 신속하게 전파하고 의료 대응을 통합적으로 조정하며, 응급환자가 적절한 장비와 인력이 있는 곳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병원 간 전원 지원 업무를 담당한다.
뿐만 아니라 △응급의료 정보망 구축 △응급의료 통계조사 △응급의료 종사자 교육 △해외 재난 의료지원 △닥터헬기 등 우리나라 응급의료의 모든 사항을 관장한다.
하지만 이처럼 국내 응급의료 컨트럴타워 역할을 수행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1년 동안 위탁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의 한 부서로 편제돼 있던 탓에 정체성 혼란을 겪어야 했다.
효율적 응급의료체계 구축 및 가동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발족시킨 엄연한 독립기구임에도 불구하고 위탁기관에서는 부서 개념으로 운영돼왔다.
이러한 구조 탓에 4000억원 규모의 응급의료기금 운용을 놓고 국립중앙의료원과 소모적 갈등이 지속되는 등 중앙응급의료센터는 본연의 역할 수행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200여 명이 넘는 직원들 역시 센터 소속임에도 국립중앙의료원 부서에 편제돼 근무하는 기형적 상황을 감내해야 했다.
정부도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 공감하고,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에서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내용의 응급의료법 시행령을 의결했다.
법 개정을 통해 정책지원 기관이라는 역할을 명확히 했고, 위탁 기관의 부서 형태가 아닌 독립성이 보장되는 별도 기구로서의 위상도 확보하게 됐다.
중앙응급의료센터 고위 관계자는 “이제야 비로소 대한민국 응급의료 컨트롤타워라는 수식어의 격(格)을 맞출 수 있게 됐다”고 희색했다.
이어 “故 윤한덕 센터장의 염원이었던 독립성이 확보된 만큼 더 무거운 책임과 사명을 갖고 응급의료 시스템 발전에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중앙응급의료센터는 그동안 열악했던 근무지를 떠나 번듯한 빌딩에서 업무를 시작한다.
참담한 근무환경을 인지한 기획재정부가 새로운 보금자리 마련을 위한 예산을 배정하면서 센터 출범 21년 만에 현대식 건물로 이전을 확정지었다.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최근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에 소재한 DB다동빌딩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센터는 DB저축은행 본사 사옥인 이 건물의 최상층인 15층 전체를 사용한다.
한 달여 인테리어 공사 후 이달 중순 이사할 예정이다. 위탁운영 주체인 국립중앙의료원과는 지하철로 3개 정거장 거리다.
다만, 국립중앙의료원 조직도 상의 위치 변화와 업무공간 이전이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완연한 독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위탁 운영방식을 취하고 있는 만큼 일각에서는 법인화 등을 통해 중앙응급의료센터의 독립성이 더 확고하게 갖춰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 대한응급의학회는 지난해 9월 국회에 현재 국립중앙의료원 산하에 있는 중앙응급의료센터를 별도로 분리해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응급의료 관련 정책을 수행하고 전국에 있는 응급의료기관을 평가·관리·감독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인 중앙응급의료관리원(가칭)을 구축해야 한다는 게 골자였다.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완연한 독립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법상으로도 위탁 운영이 아닌 보건복지부가 직접 설립, 운영할 수 있게 된 만큼 언제든 가능한 상황이다.
아울러 업무의 중차대성을 감안할 때 과거 질병관리본부와 마찬가지로 보건복지부 예하에 ‘중앙응급의료본부’ 등의 형태로 직접 편제시키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