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 위기에 놓인 중소병원을 위한 회생 정책이 시급하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는 중소병원 현실을 고찰하고 대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중소병원협회(회장 이성규)는 17일 서울가든호텔에서 '지역필수의료와 중소병원 역할'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성규 회장은 “그동안 중소병원은 코로나19 전담병원과 재택치료 등 많은 역할 수행했지만 의료전달체계 붕괴, 무분별한 대학병원 분원 등으로 경영난은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규모를 떠나 중소병원 인력난은 계속되고 있고, 응급환자가 대학병원을 찾아 헤매다 사망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중소병원 몰락을 막기 위해서는 인력난 해결, 의료전달체계 확립, 의료질 평가제도 개선, 지역 책임병원 육성 등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나선 패널들도 중소병원 붕괴를 막기 위한 처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중소병원협회 박진식 회원협력부회장은 현 보건의료체계를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비유하며 바로 잡힌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형병원에게만 초점이 맞춰진 제도로 의료체계가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진식 부회장은 “제도가 결과를 만들어 내는데 현 의료제도는 대형병원은 좋은병원, 작은병원은 나쁜병원이라는 결과를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표적인 예로 의료기관 평가제를 지목했다.
그는 “현재 의료기관 평가가 대형병원 위주로 설계돼 있어 중소병원은 저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대형병원 중심 평가제도는 중소병원의 제기능을 방해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의료기관 종별 차이에 대한 재해석을 기반으로 각자의 역할을 고려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 인력난 역시 해결이 시급한 문제로 거론됐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휴먼시스템의학과 노홍인 교수는 “중소병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의료 인력난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방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노홍인 교수는 “의료인력이 수도권으로 쏠려있긴 하지만 이제 서울에서도 인력을 법정 기준에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인력난은 결국 의료의 질도 담보할 수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실제 채용난이 심화되면서 가중되는 업무 부담에 기존 인력마저 이탈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중소병원협회 유인상 보험부회장은 장기적인 접근으로 의료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해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후진국에서는 의료시설이, 개도국에서는 장비가 문제”라며 “선진국일수록 인력이 문제가 된다. 우리나라가 의료인력으로 고민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다른 선진국에서 10~20년 전에 겪은 일을 단기간에 해결하려면 안된다”며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 중지를 모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형병원 중심 평가제도 개혁 필요, 의료인력난 해소 장기적 접근 시도”
“중소병원, 동네의원-대학병원 중간에 끼인 신세”
대한중소병원협회 김상일 기획위원장은 중소병원 실태를 보기 위해서는 개원 시장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형병원 필수의료 인력이 개원 시장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에 대한 문제 인식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김상일 위원장은 “중환자를 보던 의사가 개원가에서 탈모환자를 보고 있다”며 “최근 필수의료를 담당하던 많은 의사가 개원가로 떠나 비(非) 필수의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오랫동안 동네의원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많은 정책을 쏟아낸 결과”라며 “이러한 현상을 두고만 볼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대형병원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고 연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진료량을 늘리지 않더라도 경영이 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도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중소병원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보건복지부 의료보장혁신과 강진 과장은 “10여년 전 보건의료정책과에 근무할 때 지역 필수의료가 붕괴된다는 말이 나왔는데 지금까지 같은 얘기를 하고 있어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한가하게 논의할 때가 아니고 절박한 심정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과장은 특히 “중증응급, 분만, 소아진료 외에도 중소병원 의료인력 확보와 지역 거점병원 기능 강화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위별수가제도의 장점도 있지만 중소병원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보상체계가 적합한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