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응급실 뺑뺑이', 대학병원 소아 응급실 중단 및 단축운영 등 대도시는 물론 대한민국 수도마저도 소아 응급진료 인프라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대형병원들에 '의료진 인건비' 지원 카드를 꺼내 주목된다.
그간 권역응급의료센터, 어린이병원 등 인프라는 갖춰져 있음에도 전공의를 비롯해 전문의, 교수 등 의사가 없어 환자를 거부하거나 문(門)을 닫는 비일비재했던 만큼 소아진료 현장에 와닿는 지원책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청 간담회장에서 대형병원들과 '우리아이 전문응급센터'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우선 뜻이 맞은 의료기관은 빅5병원 중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이다. 이들 병원은 중증 소아응급환자를 치료하는 소아 전문응급의료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협약식에는 김영태 서울대병원장과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 하종원 세브란스병원장이 직접 참석해 각각 협약서에 서명하고 오 시장과 협약서를 교환했다.
이들 병원은 우리아이 전문응급센터를 24시간 상시 운영, 근무인력 확보에 힘쓰기로 했다. 야간 및 휴일에도 안심하고 진료받을 수 있도록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에 서울시는 3개 병원이 우리아이 전문응급센터를 상시 운영하는 데 소요되는 인건비를 일부 지원하는 등 진료환경을 안정적으로 조성하는데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우리아이 전문응급센터에 적극 협력해준 의료기관들에 감사하다"며 "급격한 소아 진료 인프라 감소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 언제나 아이들이 안심하고 진료받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구 이어 서울에서 5살 아이 사망 사고 논란
최근 소아청소년 응급진료 공백에 대한 우려감은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대구광역시에서 10대 학생이 응급실을 전전하다 사망하고, 이달 초 서울에서 5살 아이가 응급실을 전전하다 사망했다는 소식이 잇따라 전해졌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측은 서울 시내 5살 아이 사망 사고와 관련, "응급실을 전전하다 사망한 것은 아니었다"고 조사 결과를 밝혔다.
조사 결과 고열이 발생했던 소아를 병원에 옮기기 위해 구급대가 병원 5곳에 수용 가능여부를 문의하고, 그중 한 곳에서 길어지는 진료 대기를 거쳐 한 병원으로 최종 이송됐다. 치료를 받고 호전돼 귀가했던 소아는 다시 상태가 악화돼 병원에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궁극적으로 '응급실 뺑뺑이' 사례는 아니라는 취지의 해명이었지만, 일각에서는 "구급차가 길에서 이 병원, 저 병원을 알아봐야하는 것 자체가 응급실 뺑뺑이고, 인력 확보가 핵심"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편, 대학병원들 가운데 소아청소년과 입원진료 등을 축소하는 사례는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가천대 길병원이 소아청소년과 입원진료를 중단한다고 공지했고, 강남세브란스병원 등 다수의 대학병원이 전공의 등 인력 부족으로 소아응급진료를 연이어 축소했다.
2023년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16%로 곤두박질쳤다. 동네 소아과도 줄줄이 사라지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소청과 병·의원 617곳이 개업했고, 662곳이 폐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