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 기업공개(IPO)를 예고한 의료기기 업체들이 상장 첫 번째 관문인 거래소 예비심사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시고 있다.
기술력을 기반으로 야심차게 상장 절차에 돌입했지만 까다로운 심사 주체인 거래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메디컬아이피가 지난달 31일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자진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1월 30일 신규 상장 절차에 돌입한 지 6개월 만이다.
회사는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2개 기관으로부터 모두 A등급을 받았지만 끝내 거래소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2015년 설립된 메디컬아이피는 환자 장기와 혈관 등 체내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는 3D 시뮬레이터 기업이다.
대표 제품은 '메딥(MEDIP)'과 ‘아낫델(ANATDEL)’ 등이다. 메딥은 CT, MRI 등으로 촬영한 영상을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3차원 영상으로 바꿔주는 솔루션이다.
아낫델은 메딥에서 만들어진 3차원 이미지를 기초로 3D 프린트를 하는 플랫폼이다. 수술 계획을 세우기 용이하고 해부 실습용 사체를 대체할 수 있는 등 의료 현장에서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메디컬아이피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서울대병원에서 스핀오프 한 다수의 벤처기업 중 가장 먼저 분할에 성공했다.
최대주주는 창업자이자 대표이사인 박상준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로 지분 66.52%를 보유하고 있다.
메디컬아이피는 사업성에 발목이 잡힌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메디컬아이피는 매출이 해마다 증가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영업손실도 덩달아 늘어나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 12억원으로 전년 대비 46% 증가했지만 영업손실도 89억원으로 61% 늘어났다.
메디컬아이피와 함께 에이비메디컬도 지난달 25일 예비심사를 철회하면서 상장 계획을 잠정 연기했다.
지난 2012년 설립된 에이비메디컬은 진단검사 과정에서 혈액 채취에 사용하는 진공채혈관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바이러스 수송배지 등을 양산하며 국내 대형종합병원, 수탁검사기관에 공급하고 있다.
에이비메디컬은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검체수송배지를 공급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공시에 따르면 에이비메디컬 2021년 매출액은 235억원, 영업이익은 6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26.2%, 552.2% 성장했다.
회사는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지만 예비심사 청구 6개월 만에 계획을 중단했다.
에이비메디컬 역시 사업성이 걸림돌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에이비메디컬은 팬데믹이 잦아든 지난해부터 성장세가 꺽이기 시작했다.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31억원, 31억원으로 매출액은 전년 대비 1.7%, 영업이익은 50.8%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