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가 합의할 수 있는 원칙부터 세워야 합니다."
신유경 대한전공의협의회 전공의실태조사위원장이 16일 열린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전공의특별법 제정을 두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해관계자들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공동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기본적인 '원칙'을 세워야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신 위원장은 전공의 '권리'에서 그 원칙을 찾았다.
신 위원장은 "필수의료, 의사증원 등 보건의료 인력 문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논의하는 것이 달갑지 않을 수 있지만 헌법에 명시된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오늘날 전공의 수련환경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공의 최대 연속 근무시간은 36시간이다.
반면 미국은 전공의 최대 연속 근무시간을 24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유럽은 24시간 내 최소 11시간 휴식 보장, 야간 근무 시 24시간마다 8시간 근무 제한을 적용하고 있다.
신 위원장은 "한국은 미국, 캐나다, 유럽 등과 비교해 전공의 평균 근무시간이 10시간 이상 길다"며 "많은 전공의가 과중한 업무량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단순히 해외 사례를 비교해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게 신 위원장 설명이다.
그는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을 논의할 때 해외 사례를 예로 들지만 이러한 비교는 제도 정당성을 주장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마다 근무시간을 규제한 원칙이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은 환자 안전문제를 이유로 전공의 근무시간을 단축했지만 유럽의 경우 사회권 보장을 위해 근무시간을 단축했다.
신 위원장은 "우리나라도 단순히 해외 사례를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을 위해 어떤 전제와 원리를 기초로 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신 위원장은 전공의란 누구인가라고 반문하며 '전공의 권리'에서 원칙을 찾았다.
신 위원장은 "전공의는 의료법 5조에 따라 의사면허를 받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수련을 받는 사람이다. 전공의가 수련자와 근로자라는 이중적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전공의 1차적 목적은 수련이지, 의료서비스 제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서비스 제공자로서 역할만 강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 위원장은 "권리를 보장하는 원칙이 세워져야만 전공의뿐만 아니라 전임의 등 모든 의사 권익이 보장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장은 또 수련의 질(質) 하락, 환자 안전문제 발생 등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으로 인한 부작용 우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이들 문제는 단순히 근무시간 문제가 아니라 근무시간 중 수련에 할애하는 시간 비율, 업무 내용 및 강도, 지도 및 감독의 수준 등 복합적인 요인에 따라 작용하는 것"이라며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다차원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전공의 근로시간에 대한 적절성이 논의되고 있지만 이를 전공의협의회라는 작은 조직이 주도하는 것도 문제"라며 "정부도 적극적인 해결 방안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