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下] 심정지 현장에서 응급의료기관 의사와 구급대원이 원격으로 협동하는 현장의 응급실, 이른바 ‘스마트 의료지도(Smart Advanced Life Support)’ 시범사업이 지난 2015년부터 진행되고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주도로 이뤄지는 해당 사업에는 현재 40개 의료기관 및 46개 소방관서, 259개 119안전센터가 참여하고 있다. 거점병원 응급의학과 의료진은 지역 내 환자 소생률 향상을 지켜보며 보람을 느끼지만 아직까지 현실적인 한계가 있어, 본사업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데일리메디가 스마트 의료지도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거점병원 의료진 목소리를 2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주]
스마트 의료지도 시범사업 거점병원인 가천대 길병원 우재혁 응급의학과 교수(인천 1 지역위원장)는 구급대원과 의료진 등 시범사업 주체들에 대한 동기 부여 필요성을 피력했다.
심정지 환자 치료를 연구 중이었던 우 교수는 지난 2015년 시범사업 시작 당시, 다른 교수 추천으로 이 사업에 참여했다.
인천 지역 간사로 활동을 시작해 최근에는 인천 1 지역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재혁 교수는 기억에 남는 사례로 “프로토콜에 따라 심실세동이 발생 후 20분 동안 심폐소생술을 유지해야 했는데, 일단 맥박은 돌려놓자는 마음으로 70분 동안 전화를 받은 기억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산에서 쓰러진 심정지 환자를 구급대원이 들고 내려오며 심폐소생술을 하기 어려웠던 케이스도 있었다”며 “스마트의료지도를 시행, 맥박을 회복시키고 산 정상으로 소방헬기를 불렀다”고 설명했다.
인천 1 지역위원장 및 간사로 활동하면서 우 교수는 “이 지역 환자들의 소생률이 향상되는 것이 수치로 드러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도에 소생률이 가장 높아졌다가 코로나19 유행 때문에 떨어지긴 했지만, 다른 지역보다 소생률 향상에 성과가 있다. 또 8년째 시행하다 보니 현장 구급대원들이 척척 해내는 모습을 보면 기쁘다”고 밝혔다.
“시범사업 형태 8년째, 현장 고군분투 인력들에 대한 보상 부족하고 동기부여 약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시범사업 형태로 8년째 시행되다 보니,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인력들에 대한 보상이 부족해 동기 부여가 쉽지 않다는 게 우 교수 지적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유행 시기에는 구급대원이 보호복까지 갖춰 입고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려니 힘들어 현장 체류를 적게 하려는 경우도 있었다는 전언이다.
우 교수는 “오래 참여한 구급대원들은 사업의 취지를 잘 알지만 신입 구급대원들 사이에서는 ‘왜 이렇게 현장 처치를 오래 해야하는지’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예전에는 승진에 반영되는 ‘하트세이버’ 뱃지 부여 등의 보상이 있었다”며 “이처럼 힘들게 사업에 참여하는 구급대원들에 대한 보상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시범사업을 이끄는 이들에 대한 보상도 적은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우 교수가 ‘거의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셈’이라고 까지 표현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 교수는 “처음에는 환자를 많이 살리겠다고 뛰어들었지만 열정만으로 하기 힘든 게 사실”이라며 “시범사업 예산은 계속 줄었고, 당직비도 줄었다. 추진단에 대한 지원이 정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장 환자는 응급실 인계 환자와 다르다, 시범사업 정식 평가 및 보완 필요”
이와 함께 그는 심정지 ‘현장’에서의 심폐소생술에 대한 의료진들의 인식 제고도 주문했다.
우 교수는 “응급실에서 구급대원으로부터 인계받는 환자와 현장에서 심폐소생하는 환자 상황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비 없이 땅바닥·침대 사이 틈 등 열악한 환경에서 심폐소생술을 진행하는 게 스마트의료지도 현장이다. ‘왜 이렇게 오래 있다가 왔냐’고 구급대원을 나무라지 않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남은 과제로 시범사업에 대한 정식 평가와 점검을 꼽았다. 그는 “평가 결과를 토대로 가능한 지역에 한해서라도 정식 사업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범사업 추진단측도 현 시점에서 대대적인 사업 개편 및 시스템 보강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김기운 스마트의료지도 시범사업 추진단장은 “현장 구급대원들의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 기계압박기 등 자동화 장비를 필수로 배치하고 인공지능을 접목해야 한다”며 “이제는 차원을 달리하는 사업의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윤순영 중앙응급의료센터 닥터헬기·현장이송팀 팀장은 “스마트 의료지도 시범사업 추진을 위해 구급대원 교육 기회를 확대하면서 성과를 평가하고, 거점별 협력체계를 강화하는 등 사업 관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