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으로 시작해 비대면 진료, 필수의료, 의료돌봄 통합체계, 의료행위 형벌화 등을 연구하며 지난 2년 2개월을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남은 임기 가장 큰 의제는 의대 정원이 될 것 같습니다. 국민과 회원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연구를 이끌어나가겠습니다.”
창립 21주년을 맞은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의 우봉식 원장이 5일 의협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갖고 주요 회무와 새로운 미션 및 비전을 공유했다.
우봉식 원장은 지난 2021년 5월 취임해 회무 초기부터 간호법, 비대면 진료, 필수의료, 최근에는 의대 정원까지 굵직한 현안 연구를 이끌어오고 있다.
그는 “취임하자 마자 총력대응 과제로 간호법을 마주했고, 현재는 의대 정원까지 계속 뜨거운 이슈를 함께 고민해오고 있다”고 돌아보며 “지난해 20주년 연구원이 청년기로 접어들었다. 올해는 새롭게 도약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연구원에는 최근 큰 구조 변화가 있었다. 올해 4월 의협 제75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정관 개정 의결로 ‘의료정책연구소’가 ‘의료정책연구원’으로 격상됐다. 이어 6월 보건복지부 승인을 받아 중형 연구기관으로 발돋움했다.
이 같은 변화에 걸맞게 연구원은 중장기적 발전을 위해 수립한 새로운 미션과 비전을 공개했다. 새 미션은 ‘우리는 국민과 회원을 위한 보건의료복지 정책을 연구하고 선도한다’로 정해졌다.
또 비전은 ▲신뢰받는 연구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 ▲혁신적인 연구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국민과 소통하는 연구로 건강증진에 이바지한다 ▲전문성 있는 연구로 미래 정책을 주도한다 등 4가지다.
이날 우봉식 원장은 그간 보건의료 이슈의 돌풍 속에서 지난 한 해 의협 회무 지원을 위해 수행했던 주요 정책 사항을 소개했다.
간호법·비대면 진료 제도화 대응 및 필수의료·일차의료 정책 방향 제시 등 성과
연구원은 야당과 간호계의 간호법 제정 시도에 대응하기 위해 OECD 국가 간호법 현황 조사, 인터뷰, 토론회 주제발표 등을 통해 다각도로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제안했다.
또 새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돼 현재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비대면 진료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4월부터 비대면 진료 관련 연구를 추진, 대면진료의 보조 수단, 안전성 담보, 의협 주도 등의 3대 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 화두가 된 필수의료도 정책 지원 방안을 연구해 내놨다. 공공정책수가·필수의료지원기금 등 건보재정 외 기금 마련, 의료사고특례법 등의 정책을 제안했다.
이밖에 초고령 사회를 대비한 일차의료 중심 의료돌봄 체계, 의료행위의 형벌화 현황 등에 대한 연구도 진행했다.
현재도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내부 연구로는 ▲의료기관 병상총량제 도입 ▲의료기관 개설 관련 규정 개선 ▲보건의료데이터 소유권 논의 ▲일본 의료보험제도 및 수가체계 ▲일차의료 중심 지역 의료돌봄체계 구축을 위한 실행방안 ▲OECD 통계로 보는 한국 보건의료의 성과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우 원장은 “연구 외적 역량 강화를 위해 생명윤리위원회(IRB)를 설치하고 젊은 의사를 위한 의료정책 아카데미, 외부 수탁과제 수주 등을 활성화해 중형 연구기관으로의 도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외부 연구로는 ▲의사 의료윤리 연수교육 발전 방안 ▲전공의 36시간 연속근무제도 개선 ▲이태원참사와 국민정신건강 ▲건강증진기금사업의 만성질환 예방과관리를 위한 효율적 지원체계 구축·개선 방안 ▲정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의 영향 ▲의료일원화 및 의학교육일원화 대비 기초조사 목적 한의대 교육과정 분석 등을 수행하고 있다.
“이전 정부 정책 답습하는 보건의료정책, 우려감 크다”
한편, 우 원장은 최근 의대 정원 확대 추진 등을 포함해 보건의료 정책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의료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정치권에 대해 쓴소리를 내놨다.
지난해 정권이 바뀌었지만 간호법과 비대면 진료, 의대 정원 등의 기조가 큰 변화없이 그대로 추진됐기 때문이다.
우 원장은 “보수 정권 근간은 작은정부이고, 국민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데 포퓰리즘에 가까운 정책이 쏟아지고 있어 우려스럽다. 정책 철학이 부재해 보인다”고 질타했다.
이어 “특정 분야 의사가 부족하다고 해서 단순히 많이 늘려야 된다는 발상으로 이전 정부가 추진한 것을 자세한 검토없이 답습하고 있고, 여당과 야당이 내놓는 법안의 차별점도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우리나라는 대형병원 위주로 정책이 진행되다 보니 이제 건강보험 재정이 견딜 수가 없다. 초고령 시대에 일차의료와 통합돌봄을 결합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연구원의 중장기 과제를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