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물결 앞에 무조건적으로 반대하지 말고 전문가로서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회원 권익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되 의료계가 보건의료정책을 주도토록 능동적으로 대응하겠습니다.”
취임 2년 2개월을 맞은 이필수 제41대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지난 7월 5일 의협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년의 회무 성과를 돌아보며 향후 목표를 이 같이 제시했다.
이 회장은 지난 회무 중 가장 큰 성과로 간호법 저지를 꼽았다.
그는 “지난 2년 간 집회 및 1인 시위, 삭발, 단식투쟁 등 그야말로 사투를 벌여왔다”며 “직역 간 극심한 분열을 유발한 간호법 폐기는 당연한 결과다. 우리의 강력한 의지 때문에 정부와 정치권이 묵과할 수 없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간호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결성 과정을 비롯해 최근 정부와 ‘의대 정원 확대에 합의했다’는 오해 등이 불거지면서 집행부 탄핵론이 거세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회장은 “집행부와 다른 의견에 대해서는 존중하고 더 열심히 일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집행부를 신뢰하고 주저 없이 힘을 모아주는 회원들도 계시기에 임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대화와 소통’ 기조로 분만사고 국가책임제·선한 사마리아인법 등 성과
리더십이 약하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 이필수 회장은 “그동안 41대 집행부가 ‘대화와 소통’의 기조로 이뤄낸 성과가 꽤 많다”는 답변으로 갈음했다.
그는 “비상대책위원회는 물론 13개 단체로 이뤄진 보건복지의료연대와 함께 했기 때문에 간호법을 저지할 수 있었는데 이러한 단체들과 협력·소통해 나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그간의 소회를 전했다.
이 회장은 또한 "최근 의료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분만 시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피해자를 위한 보상 재원을 정부가 100% 부담토록 하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에 관한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소개했다.
또 응급의료 종사자를 위한 응급의료법 일부개정안 일명 ‘선한 사마리아인법’이 여야 합의로 보건복지위를 통과한 후 법사위에 계류돼 있고, 여야 모두가 ‘필수의료 육성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면허취소법 개정안 발의·비대면 진료 플랫폼 구축해 주도권 확보
성과도 있지만 시급한 현안도 산적해 있다.
의료계에는 간호법보다 더 치명적 일수도 있는 ‘의료인면허취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 올해 11월 20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회장은 “정부와 국회도 해당 법이 원활한 진료에 지장을 가져온다는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며 “강력범죄, 성범죄는 엄격히 면허를 취소하되 다른 범죄에 대해서는 진료와 연관성을 기초로 합리적으로 취소 사유를 규정하는 개정안 발의를 이끌어내겠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부로 시범사업이 시작된 비대면 진료 주도권도 관심사다. 실제 대한약사회는 이미 시범사업 시행에 맞춰 공적 플랫폼 개발을 이뤄내고 회원 참여를 독려 중인데, 의협 전략에도 관심이 모인다.
이 회장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의협은 특허청에 상표 등록을 출원했고, 올 하반기 출원이 완료되면 플랫폼 구축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는 “의협 주도의 전자차트 인증관리위탁법안이 발의돼 있고, 현재 대한변호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 등과 올바른 플랫폼 정책 연대를 구성해 대응 중”이라며 “시범사업 결과물을 바탕으로 의협 정보의학위원회에서 협회 입장을 마련하고 법제화 시 의견 반영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22대 총선 준비도 한창이다.
의협은 지난 5월 보건복지의료연대와 총선기획단을 출범시켰다. 이어 이달 3일에는 대한작업치료사협회가 연대에 참여해 14개로 확대되며 세를 키웠다.
이 회장은 “특정 직역만이 아닌 모든 보건복지의료직역의 근로환경, 처우 개선을 목표로 합리적인 보건복지의료정책을 제시하는 정당과 전문성과 경륜을 지닌 후보를 적극 지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필수 회장 임기는 내년 종료되지만 그는 의협 중장기 과제 수행을 위한 초석 다지기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그간 의협 회무가 개원의 중심적이라는 지적이 있어왔기에, 이 회장은 의협 위상 강화를 위해 의과대학 교수들을 의협 회무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그는 “현재 41대 집행부에 2명의 부회장, 12명 상임이사가 의대 교수다. 상임이사 중 교수들 사정과 관련된 회무를 집중 담당할 이사직을 신설하거나 의협 산하단체에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대 교수들이 궁극적으로 의협 싱크탱크로서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의료정책연구원과의 공조도 검토해볼만 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