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원격 모니터링(remote monitoring) 사업화는 쉽지 않다. 대신 반지형 혈압계나 스마트워치, 웨어러블 기기 등을 이용한 지속적인 혈압 측정이 사업성이 더 높다고 본다."
이해영 서울의대 교수는 최근 SC컨벤션에서 열린 2023 대한디지털임상의학회 창립학술대회에서 '고혈압 관리 디지털헬스케어, 어디까지 왔나'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고혈압, 당뇨, 비만 등 만성질환 관리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의료가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바뀌고 있고, 그 변화에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들이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혈압 측정을 통한 효과적인 고혈압 관리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디지털 기기를 통한 모니터링 사업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대부분 휴일이나 야간에 환자 문의가 생긴다는 점, 둘째 문제가 발생해도 대처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해영 교수는 "고혈압 관리 디지털헬스케어는 사업성이 높지 않다. 변동성이 크고, 야간이나 휴일에 문제가 생기는 일이 많다. 문제는 주말이나 야간에 일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제 경우만 해도 아버지 친구분이 주말 오후 5시쯤 "요즘 혈압이 160이 되고, 어제부터 왼팔에 힘이 없는 것 같다'고 연락을 하셨는데 뇌경색 증상이 약간 보였지만 "쉬시고 월요일에 병원을 방문하라"는 말밖에 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고혈압보다는 오히려 가정혈압 측정 분야가 사업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3개월에 한번씩 내원해 측정하는 진료실 혈압이 환자의 실제 상태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진료실 수축기 혈압 150mmHg 이상에선 수축기 혈압을 10mmHg 이상 과다 측정할 가능성이 있고, 이완기 혈압에선 70mmHg 이상 과소 측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혈압 진료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고립성수축기혈압은 혈압을 정확히 측정할 경우 70% 이상 배제된다"며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가정혈압 측정은 진료실 혈압 측정이 가진 한계, 즉 미충족 수요(unmet needs)를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또한 스마트워치나 반지형 혈압계 사용이 디지털 기기에 친화적인 젊은층보다, 건강문제를 가진 중장년층에서 더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고혈압학회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디지털 의료기기 혈압 측정과 임상 활용에는 의사 '보정' 중요"
이해영 교수는 "스마트워치 이용 측정자 설문조사에서 50~59세가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며 "나이가 들수록 디지털 기기 사용에 소극적이라는 편견을 깨는 결과"라고 해석했다.
이어 "스마트워치 이용자의 100%가 혈압을 측정하고 있었고, 환자 본인이 생각하는 스마트워치 보정 난이도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유럽고혈압학회가 최근 '커프가 없는 혈압계의 임상 활용이 부적절하다'는 가이드라인을 냈다"고 부연했다.
이처럼 디지털 의료기기를 활용한 혈압 측정과 임상 활용을 위해선 의사에 의한 '보정'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측정된 데이터를 진료실에서 잰 데이터와 비교, 보정해서 판단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석 달에 한 번 측정하는 게 아니라 날마다 1.5번씩 측정하면, 비록 정확도가 떨어진다하더라도 환자의 혈압 패턴을 볼 수 있다"며 "대신 의사가 3개월에 한 번씩 보정을 해주면 된다. 내원하기 전(前) 일주일치 혈압을 측정해오면 진료실에서 다양한 자세로 혈압을 측정, 확인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 백의고혈압이나 가면고혈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환자가 측정해오는 데이터를 진료실에서 참고하고 이를 활용하려면 보상수가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