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의료현안이 산적해 있는 가운데 탄핵 위기에 몰린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 집행부가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이필수 회장[사진]을 비롯한 임원 불신임안과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대의원들은 현 집행부를 탄핵할 정도로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았다. 이번 결정으로 의협이 그동안 추진해온 각종 의료 현안 및 업무들을 지속적으로 이행할 수 있게 됐다.
23일 대한의사협회는 의협회관에서 임시대의원총회를 갖고, 이필수 회장과 이정근·이상운 부회장 등 임원 불신임,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등에 대한 안건을 의결했다.
재적 인원 242명 중 3분의 2이상이 참석해 성원을 총족해 임시총회가 열렸다. 투표 결과 이필수 회장 불신암 안건은 전체 대의원 189명 중 찬성 48표, 반대 138표, 기권 3표로 부결됐다.
두번째 안건인 이정근 부회장 불신임안건도 찬성 69표, 반대 117표, 기권 3표로 부결됐고, 이상운 부회장도 찬성 60표, 반대 124표 기권 5표로 불신임안이 부결됐다.
뒤이어 비대위 구성과 관련한 찬반 투표도 진행했다. 의대 정원 확대 등 현안을 해결하는데 현 집행부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찬성 40표, 반대 127표, 기권 2표로 결국 무산됐다.
김영일 대의원 "오만한 의협 집행부 경고"…이필수 회장 "오해 없도록 업무 수행"
이번 임시총회는 집행부 탄핵보단 회무에 더 적극적이고 신중을 기해 달라는 회원들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표결에 앞서 김영일 대의원(대전시의사회장)은 " 임총을 받아들이는 현 집행부의 오만한 태도에 문제가 있다. 임총이 서운할 수 있지만 다수 대의원이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대변인이 찌라시 수준의 의혹이라고 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회장은 "집행부 관계자가 공중파 인터뷰에서 이번 임총이 집행부 공격을 위한 수단이고 집행부를 공격해야 표를 얻는다는 식의 발언도 유감"이라며 "이런 오만한 집행부는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의원은 "의대정원 확대에 대해 복지부 장관이 합의라고 했다. 그런데 집행부는 합의한 적이 없다고 한다"며 "그럼 장관이 거짓말은 하는 것인가. 거짓이라면 반박 입장문이라도 내야하는 게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이필수 집행부는 이번 임시총회를 계기로 회원 민심을 고려하며 소통 강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 회장은 "여러 현안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그동안 의협은 의사가 전문성을 발휘하는 의료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술회했다.
이어 "코로나 시기 국가적 재난 극복을 위해 힘을 보탰고, 간호법 저지 등 의권 보호를 위해 노력했지만 논의 과정과 진행 경과를 충분히 공유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반성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남은 임기 동안 더 소통하고 한 점 오해 없이 회무를 추진해 나가겠다"며 "특히 의료인면허취소법은 향후 꼭 개정을 관철시키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정근 상근부회장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송구하다. 불신임안 발의 후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보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의대정원 확대에 결코 합의한 적 없으며, 대의원의 뜻에 어긋나는 독단적 판단은 있을 수 없다"며 "오늘 임총을 기회로 삼아 향후 더 진심과 의지를 담아 회무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운 부회장은 "검체검사 문제는 여전히 개선이 가능하고 복지부에서도 앞으로 충분히 협의하겠다는 공문을 보내온 상태다. 향후 더 중요한 과정들이 남아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앞으로 더욱 노력해서 검체검사 관련해서 회원들이 절대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
비대위 설치 의견 분분…반대 여론 우세
비대위 설치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벌어졌으나, 찬성보다는 반대하는 여론이 우세했다.
반대 입장을 밝힌 대의원은 "곧 차기 회장 선거가 있다"며 "겨우 6개월가량 남았는데 비대위를 설치하고 운영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며 비대위 구성에 반대했다.
또 다른 대의원은 "안건이 모두 다 부결되면 복지부에 끌려가는 모양이 계속 유지된다"며 "이번 임총이 발의되면서 의료현안협의체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비대위 구성마저 유야무야되면 정부 추진 과제들이 더 속도를 낼 수 있다"며 "비대위 구성을 통해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날 임시총회 시작에 앞서 수탁검사 고시에 반대하는 젊은 의사들의 이필수 회장 탄핵 시위로 한차례 소동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