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동조합 총파업이 대부분 종료된 가운데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중 유일하게 하투(夏鬪)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고려대학교의료원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의료원 측은 노조 파업으로 입원 및 수술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환자들 불편과 고통이 길어지고 있는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고려대학교의료원 노사는 지난 21일 무려 15시간 동안 사후조정회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다. 임금 인상안 두고 노사가 팽팽히 맞섰다.
윤을식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조정 실패 이후 ‘교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입장문을 통해 경영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서운함을 피력했다.
윤 의료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의료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거부당해 당혹스럽다”고 토로했다.
의료원 측은 2021년 3.7% 2022년 4%에 이어 올해는 4.2%의 인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어려운 시기를 함께 극복해 온 직원들을 위한 배려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해당 인상안은 중장기 경영 건전성을 유지하며 제시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며 “고심 끝에 도출한 제안조차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 상황이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유례없이 전향적인 안으로 정상화를 위해 힘썼지만 교섭 내내 무리한 요구와 주장으로 일관하며 타결을 결렬시킨 노조 집행부에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모두가 희망하는 처우와 근로환경은 단시일 내에 도달하기 어렵다”며 “현실을 무시한 채 당장의 이익을 취한다면 진행 중인 프로젝트 조차 중도에 멈출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환자들의 불편을 걱정했다.
그는 “현재 외래와 응급 등 필수의료는 정상적으로 가동 중이지만 일부 입원과 수술은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환자 고통이 너무 커 가슴이 먹먹하다”고 성토했다.
이어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중 유일하게 파업 이어가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깝다”며 “사회적 공감대 및 정당성 결여된 명분없는 파업으로 환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대의료원은 오늘(25일)로 파업 13일차를 맞이한 상태다. 노조 조합원들이 대거 파업에 나서면서 신규 입원이 제한되고 수술 연기가 잇따르는 등 진료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윤을식 의료원장은 “지속 성장은 고사하고 적자라는 나락에 빠지는 것은 막아야 함을 양해해 주길 바란다”며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위해 서로 양보하고 함께 나서자”고 제안했다.
이어 “노사 모두 의료원 발전을 고민하는 진심은 다르지 않다”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합의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의료원 노동조합은 “교섭 결렬 책임을 노조에 떠밀고 있다”며 “의료원이 투자해야 할 것은 바로 사람이다. 직원과 기싸움을 할 게 아니라 기를 살려줘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 고대의료원지부는 지난 24일 고대구로병원 로비에서 1000여 명의 조합원이 모여 총파업대회를 열고 투쟁 의지를 재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