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가 MRI검사 결과 등을 기반으로 환자를 타병원으로 전원조치했지만 하지마비가 발생한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이 원심 재판부 판단을 깨고 전공의에게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2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법원(재판장 박정화)은 환자 A씨가 B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했다.
A씨는 지난 2014년 10월 2일 허리통증을 느끼고 B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정형외과 전공의는 A씨에게 요추 자기공명영상(L-spine MRI) 검사를 시행한 결과, ‘요추 4-5번 척추관 협착증’과 ‘좌측 추간판 탈출증’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당시 10월 3일부터 5일까지 휴일이기 때문에 담당교수 회진이 없고 입원하더라도 수술을 하지 않고 대증치료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사정을 들은 A씨는 일단 집 근처 정형외과에 입원해 치료를 받다가 증상이 나빠지면 다시 진료를 받으러 오겠다고 얘기했고, 전공의는 전원 조치했다.
당시 전공의는 응급환자 전원 의뢰 및 동의서를 작성하면서 진료소견에 ‘상기 환자는 이학적 검사 및 영상의학적 검사에서 요추 4-5번 척추관 협착증과 좌측 추간판 탈출증으로 진단되어 보존적 치료를 받기 위하여 전원조치한다’는 내용을 기재했다.
A씨의 MRI검사 결과에는 '흉추 12번부터 요추 1번에 걸친 척추 경막외 혈종, 척수 압박 중등도 이상'이라고 기재됐지만 전원 의뢰서에 해당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A씨는 곧바로 인근 정형외과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는데 10월 4일 통증이 심해지고 다리에 마비증상이 나타나자 10월 6일 B병원 응급실에 내원해 흉추 9번과 12번 사이의 경막외 혈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A씨는 현재 하지가 마비돼 기립자세 유지와 보행이 불가능하다.
A씨는 B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했지만 원심인 대전고등법원은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전고등법원은 "MRI 검사 결과에서 척추 경막외 혈종 등 출혈이 나타났음에도 A씨가 수술이 아닌 보존적 치료방법을 선택해 인근 정형외과로 전원조치한 것은 합리적인 진료방법의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정형외과에 전원하면서 MRI검사 등의 결과를 제공했기 때문에 A씨가 수술을 신속히 받지 못한 것이 전공의가 출혈 증상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으로 볼 수 없다"며 "전공의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전공의 대처에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토록 원심법원에 환송했다.
대법원은 "A씨 MRI 검사 결과 흉추와 요추에 걸쳐 상당량의 경막외 혈종이 나타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척추 경막외 혈종은 발생 후 12시간 이내 수술받지 않으면 하지마비 등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조치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들은 "하지만 당시 전공의는 영상의학과 판독없이 자체적으로 확인하면서 A씨 척추 경막외 혈종을 진단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척추 경막외 혈종 진단을 위한 충분한 검사와 치료를 다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가 척추 경막외 혈종을 진단했으면서 정형외과에 전원조치한 것이라면 신속한 대응조치를 위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충분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