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레지던트들의 수련과정 성취도가 권장 기준치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를 돌볼 시간이 너무 길다 보니 교육받을 시간도, 대체해줄 인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제대 의대, 가천대 의대, 차의과대 의학교육과 등 공동연구팀이 내과 전문의 1~2년차 172명을 대상으로 레지던트 수련과정 성취도를 설문조사한 결과, 모든 핵심 요소에서 권장 기준보다 낮게 나타났다고 ‘대한의학회지(JKMS)’ 8월 21일자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보건복지부에서 마련한 ‘전공의 수련과정 중 필요한 공통 역량’과 대한내과학회에서 보급한 ‘전공의 수련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설문지를 제작했다.
복지부는 지난 2013년 ‘전공의의 연차별 수련교과과정’을 마련하고 전공의가 수련과정 중 갖춰야 할 역량을 8개 영역 14개 세부 주제로 정리했다.
구체적으로 8개 영역에는 존중, 윤리, 환자안전, 사회, 전문성, 수월성, 의사소통, 팀워크 등이 포함됐다. 단순 의학지식뿐 아니라 의료현장에서 환자와 소통할 때 필요한 덕목들을 요구한다.
대한내과학회가 작성한 ‘전공의 수련 핵심 역량’에는 식도암, 소화성 궤양 등 내과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갖춰야 전문지식과 술기를 다루고 있다.
172명의 설문 참가자는 레지던트 당시 이같은 역량을 얼마나 갖췄는지 5단계로 나눠 답했다.
그 결과 복지부가 마련한 모든 공통 역량에서 성취도가 권장치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육체적·정신적 건강관리’에 대한 수련 요구는 컸지만 성취도는 매우 낮았다. ‘예상치 못한 신체적, 언어적 성적 폭력 예방과 대처’ 역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음에도 성취도는 저조했다.
설문 참가자들은 성취도가 낮은 이유로 ‘시간 부족’을 꼽았다.
구체적으로 ‘바쁜 임상으로 교육에 참여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답이 가장 많았고, ‘교육 시간에 맞춰 교육을 들을 수 없다’, ‘레지던트 임상 업무를 대체할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순으로 많았다.
"입원 치중 수련과정 개선 필요, 학회 주도로 전공의 교육 강화돼야"
공통역량 교육 주체는 누가 돼야하는 질문에 수련병원이란 응답이 44.4%로 가장 많았고, 복지부 등 정부기관이란 답이 30.6%로 뒤를 이었다.
내과 질환 진단과 치료는 식도위내시경, 복부초음파, 흉부심장초음파, 갑상선초음파, 세침흡인에 대한 성취도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반대로 대부분 참가자가 인공호흡기 관리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보였다.
연구팀은 레지던트 교육이 입원 수련에 치중돼 있고 필수적인 시술에 대해서는 고르게 이뤄지지 않는 것을 반증한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레지던트에 대한 공통핵심역량 중요성을 인식하고 수련과 교육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교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족한 내과 전문교육을 개선하기 위해 학회 주도 교육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연구팀은 “대한외과학회가 좋은 예다. 각 수련병원에서 시술에 필요한 모든 교육을 받을 수 없다면 개별 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교육과 학회에서 주도하는 술기교육을 분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