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적 질환을 갖고 있으면서 타과 질환을 협진하는 환자들을 담당한 간호사를 정신건강의학과 전담 간호인력으로 산정한 의료기관에 대한 6억원의 과징금 처분은 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송각엽)는 의사 A씨 등이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부과처분취소소송에서 기각 판결을 내렸다.
의사 A씨는 전라남도 화순군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해당 병원은 8개 진료과 원장들이 공동 출자해 운영하는 형태로 응급의료기관 지정병원이다.
보건복지부장관은 A씨 병원과 관련해 2011년 6월 1일부터 2013년 6월 30일까지 총 25개월의 의료급여 등 내역에 대한 현지조사를 진행했다.
복지부장관은 현지조사 결과 정신건강의학과 입원료 차등제 산정기준 위반청구 등으로 1억2351만원 상당의 부당이득금액을 얻은 것을 확인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입원료 차등제 적용기준에 따르면 간호인력은 정신건강의학과의 입원병동, 낮병동, 외래병동에 배치돼 간호를 전담하는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여야 한다.
하지만 A씨는 내과나 정형외과 등 타과 환자의 간호업무를 병행하는 간호사를 정신건강의학과 전담 간호인력으로 산정해 2011년 2/4분기부터 2013년 1/4분기까지 부당이득을 얻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를 바탕으로 A씨를 비롯한 공동대표자들에게 70일간의 업무정지 또는 과징금 6억1758만원의 과징금 징수 내용이 담긴 처분사전통지서를 송부했다.
이에 A씨 등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군지역 특성상 응급의료기관 지정병원임을 고려해 진료과별로 부당금액이나 업무정지 기간을 구분하여 산출하기 어려우니 선처를 부탁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A씨 등이 운영하는 병원은 응급실 이용환자가 많을뿐 아니라 만성신부전 환자 치료 등을 담당하고 있는데 인근에 동일 종병의 타 요양기관이 없어 업무정지 기간 동안 타지역으로 전원이 불가피해 환자 불편이 크다다는 것이다.
하지만 복지부 장관은 2020년 3월 업무정지 70일에 갈음하는 6억1758만원 상당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 등은 문제가 된 간호사들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담 간호인력이 맞다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들은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B병동은 정신과적 질환을 갖고 있으면서 타과 질환을 협진하는 환자들이 있는 곳으로 협진 진료 부분 수가가 더 커서 전산상 타과 환자로 보이는 것뿐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B병동에 배치돼 환자들을 전담한 간호인력은 정신건강의학과 입원료 차등제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담 간호인력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신건강의학과 간호인력 확보수준에 따른 입원료 차등제 적용은 간호서비스 등의 질이 저하되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취지"라며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에서 환자간호를 전담해 다른 업무를 병행하지 않는 간호사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에서 근무하면서 간호 업무를 수행했더라도 다른 업무를 병행한 경우는 차등제 적용기준에서 정하는 ‘실제 환자간호를 전담하고 있는 간호사’ 수의 산정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재판부는 "B병동은 정신건강의학과 환자와 타과 환자가 모두 입원하는 병동으로서 ‘정신과 병동’으로 운영되지 않았다"며 "간호사 역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담간호사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 간호사가 정신건강의학과 입원환자 간호업무를 전담하는 경우와 그 밖의 업무를 병행하는 경우를 비교해봤을 때 입원환자에 대한 간호서비스 질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며 "적정 간호인력을 확보한 것처럼 신고해 의료급여비용을 청구하는 행위는 엄격하게 통제해야 할 공익상 필요가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