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약이 안 듣는 고혈압 환자 치료를 위한 신장신경차단술 기기가 미국에서 최초 승인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승인 전(前) 자문위원회 투표에서 선두기업인 레코르는 합격점을 받았지만 메드트로닉은 불합격을 받아 이목을 끌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8월 22일~23일 양일간 미국 의료기기업체 레코르와 메드트로닉의 신장신경차단술 기기에 대해 자문위원회 투표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저항성 고혈압 치료할 획기적 치료기기 등장
신장신경차단술은 저항성 고혈압 환자를 위한 치료법이다. 저항성 고혈압은 약을 써도 혈압 조절이 잘 안되는 질환으로, 전체 고혈압 환자 중 10~15%정도 된다.
이 수술은 환자 신장 동맥에 카테터를 삽입한 뒤 혈관 외부 신경다발에 자극을 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교감신경이 차단되면 혈압을 상승시키는 물질인 레닌,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분비가 줄면서 혈압이 떨어진다.
신경다발을 자극할 때 레코르는 초음파, 메드트로닉은 고주파를 활용하는 차이가 있다.
신장신경차단술은 10년 넘게 연구를 이어오고 있지만 아직 빛을 보지는 못하고 있다.
레코르와 메드트로닉이 지난 2012년 유럽에서 CE 인증을 부여받은 데 이어 메드로토닉은 2013년 미국에서 최초로 임상시험 승인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보험 혜택을 보지 못하고 미국에서 승인한 임상시험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레코르는 지난 2021년 한국과 일본에서 시행된 임상시험에서 별다른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금년 초 유럽심장학회와 미국의사협회가 저항성 고혈압 환자에 대한 신장신경차단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재조명받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도 있었다. 메드트로닉은 지난 2020년 331명의 고혈압 환자를 신장신경차단술로 치료한 결과 3개월 뒤 수축기 혈압이 평균 6.5mmHg 감소했다.
레코르도 지난 2021년 임상시험 결과에서 136명 환자가 수술 2개월 뒤 수축기 혈압이 평균 8mmHg 떨어졌다.
지난 22일 레코르, 23일에는 메드트로닉이 자문위원회서 자사 제품에 대해 발표했다. 하지만 이어진 투표에서 격차가 컸다.
우선 레코르는 효율성이 입증됐다는 데 찬성 8, 반대 3, 수술을 통한 이득이 잠재적 위험보다 크다는 데 찬성 10대, 반대 2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안전성은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반면 메드트로닉도 안전성은 만장일치로 찬성을 받았지만 효율성은 찬성 7, 반대 6으로 가까스로 통과했다. 여기에 수술의 이득이 위험보다 크다는 데 찬성 6, 반대 7로 나타났다.
자문위원회는 메드트로닉 기기가 어느 정도 이점은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승인받기 위해서는 수술을 통한 이득이 가장 큰 환자 유형을 세부적으로 정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문위원회 투표 결과가 FDA 승인에 구속력은 없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인용되는 추세다.
이와 관련, 제이슨 와이드먼 메드트로닉 관상동맥및신장신경제거 사업부문장은 “우리는 고혈압을 앓고 있는 수백만명의 사람들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해 FDA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며 실낱같은 희망을 놓지 않았다.
라라 바르그우트 레코르 최고경영자(CEO)도 성명을 통해 “자문위원회의 사려 깊은 검토와 논의에 감사드린다”며 “시판 전(前) 승인(PMA)에 앞서 FDA와 계속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내에서는 한독 관계사인 칼로스메디칼이 신장신경차단술 기기인 ‘디넥스(DENEX™)’를 개발 중이다. 지난 2020년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을 승인받아 올해 3월 참가자 모집을 완료하고 임상시험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