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31일 자로 폐원을 앞둔 서울백병원의 직원과 재단간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인제대학교 교수평의회를 비롯한 교수진 및 직원들은 지난 28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법인 인제학원의 서울백병원 폐원 결정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며 교육부에 감사를 청구했다.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를 비롯한 일반 직원 등은 현재 서울행정법원에 서울백병원 폐원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또한 신청한 상황이다.
이들은 이날 교육부에 학교법인 인제학원 감사를 청구하는 요청서와 함께 재단을 규탄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인제대 재단은 서울백병원의 누적된 적자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지난 6월 이사회를 통해 폐원을 결정 후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교수협의회 A 교수는 "폐원을 앞두고 있지만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82년 역사를 지킨 서울백병원의 일방적 폐원 통보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재단은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고의적으로 많이 설정해 서울백병원의 폐원이 불가피한 것처럼 위장했다"고 밝혔다.
인제대 재단은 지난 2018∼2022년 재단순이익이 2600억원에 달했음에도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예년보다 2배 이상 늘려 적자폭이 커졌다는 주장이다.
A 교수는 "이처럼 적자를 고의적으로 과장해 폐원을 단행한 것은 재단의 무능을 입증한 것"이라며 "이러한 부도덕한 방법으로 서울백병원을 폐원으로 몰아가는 재단 책임자들을 교육부가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사회는 폐원을 발표하고 한 달이 지나도록 직원들과 전보 등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전혀 진행하지 않는 등 근로기준법을 무시했다"며 "서울에 삶의 터전을 둔 직원들을 일괄적으로 부산으로 배치한 것은 근로 관련법을 완전 무시하는 불법 폭거"라고 비판했다.
또한 최근 진행된 인제대 총장 선거 결과 전민현 前 총장이 한 번 더 총장직을 맡게 된 것과 관련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서울백병원 폐원과 논문 표절 총장의 선임 등으로 인제대학교 백병원의 82년 역사와 명성이 크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부는 이 같은 사태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는 현 재단 집행부를 교체해야 한다"며 "이같은 파행을 방치할 경우 앞으로 다른 대학들에도 나쁜 선례로 남아 사회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백병원 직원들 부산行…일산백병원, 신입간호사 모집
이런 상황에서 인제학원은 최근 "일산백병원이 내년도 신입 간호사 180명을 공개채용한다"고 공지해 다시 한번 직원들의 공분을 샀다.
일산백병원은 8월 29일부터 지원서를 접수받은 후 오는 11월까지 채용 절차를 밟고 신규직원을 선발할 예정이다.
인제학원은 서울백병원 폐원 발표 이후 간호직을 포함한 모든 행정직을 9월 1일 자로 부산의 형제병원인 부산백병원과 해운대백병원으로 일괄 발령한다고 공지했다.
인근 상계백병원이나 일산백병원은 경영난으로 추가인력을 수용할 여유가 없다는 이유다.
서울백병원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전원 부산 발령이 논란이 되자 재단은 직원 30%까지 인근 상계백병원이나 일산백병원으로 발령하겠다고 발표했다"며 "그래 놓고 신입직원을 채용하는 것은 무슨 경우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직원들은 대다수가 수도권에서 계속 근무하길 원하고 있다. 인력을 추가 채용할 여유가 있으면서도 왜 기존 직원을 부산으로 보내는 것인지 납득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