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지난해 대한민국 합계 출산율은 0.78명. 올해 3월 기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응시자 172명.
출산이 줄어드니 관련 전문의 수도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은 오산이다. 이미 태어난 소아 입장에서는 그만큼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감기 또는 장염 같은 경우 적절한 보존적 치료만 해주면 대부분 잘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아이들 신체의 엔진 역할을 하는 심장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소아 심장병, 원인은 물론 진단·치료 등에서 성인 심장병과 많이 다르다"
아이들 심장병은 질병 원인과 발생 시기, 진단 및 치료 방법 등에서 어른들 심장병과는 엄연히 다르다.
대표적인 성인 심장질환인 고혈압과 협심증, 심근경색 및 심부전 등은 대부분 ‘후천적’이다. 건강한 식사와 운동, 생활 습관 등으로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고, 학교 또는 직장 검진 등을 통해 심각한 상황에 이르기 전에 미리 발견할 수 있다.
또 환자 스스로 호흡곤란이나 가슴 통증, 두근거림 등의 자각 증상을 느끼게 돼 늦지 않게 의료기관에 방문해 적절한 검사와 치료 등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소아 심장질환은 대부분 ‘선천성’이다. 출생 전 태내에서 발생하고 진행하며, 심장의 구조적 문제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출생 전후 적절한 시기에 진단받고 구조적 문제를 잘 치료하면 향후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문제는 빈호흡, 수유 곤란, 성장 장애, 청색증 등 증상과 심잡음, 심비대 등 징후를 환자 스스로 자각하거나 호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아심장병과 성인심장병의 가장 큰 차이점은 환자 스스로 증세를 자각하거나 호소할 수 있는지 여부다.
환자가 전적으로 보호자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정작 증상이나 진단, 치료 방법, 예후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아울러 보호자는 소아심장에 대해 불안해하고 치료가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소아심장병은 적절한 시기에 진단하고 수술 및 시술 등 치료를 받으면 매우 높은 성공률을 보이고, 이후 관리만 잘한다면 충분히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대부분 선천성 심장병은 태아기에 발생해 진행한다.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게 핵심이다.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심부전, 폐고혈압 등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한다. 대혈관 전위증, 전폐정맥 환류이상, 대동맥 축착, 기능성 단심실 등의 경우는 신생아기에 치료 시기를 놓치면 바로 사망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보호자가 소아심장을 더 이해해야 하고, 꾸준한 홍보가 필요한 이유다.
소아심장외과 전문의 배출 年 1~3명 불과했고 작년에는 '지원자 0명'
이러한 소아심장 지킴이는 소아심장분과 전문의와 소아심장외과 전문의가 그 역할을 한다.
소아심장분과 전문의가 되려면 전문의 자격 획득 이후 일정 기간 전임의 과정을 거치고 나서 별도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응시율은 처참하다. 대한의학회 및 대한소아심장학회 통계를 보면 2017년 1명, 2018년 8명, 2019년 7명, 2020년 6명, 2021년 8명 등 한 자릿수로 연명하고 있다. 2022년은 응시 인원 부족으로 아예 자격시험조차 열리지 않았다.
소아심장외과 전문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2018년 1명, 2019년 3명, 2020년 2명, 2021년 2명. 그 이후로는 역시 지원자가 없다.
대한민국 소아심장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소아심장의 체계적 관리와 치료를 위한 전문 의료인력 확충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다.
서울 소재 대형병원 중 가장 많은 인력을 보유한 A대학병원의 경우, 현재 소아심장분과·소아심장외과 전문의가 7명에 불과하다. 서울 소재 B대학병원은 다 합쳐도 3명에 그친다.
부천세종병원은 대한민국 유일 심장전문병원 명성에 걸맞게 이 같은 문제 의식에 자체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소아심장분과·소아심장외과 전문의를 각각 10명, 4명 등 총 14명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다.
또한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심장병에 대한 불안감, 두려움 등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과 함께 태어난 미래세대 아이들이 더욱 건강하게 자라게끔 탄탄한 의료시스템을 확보하는 것도 기존 세대의 숙명이다.
출산율과 소아 관련 전문의 수가 충격적으로 줄어드는 이때야말로 더 늦기 전에 모두가 나서 소아심장을 위한 홍보와 전문인력 확충을 논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