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개인적으로 인생에 정답은 없다고 하지만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열정적으로 할 수 있다면 그 길이 옳은 길이라 생각한다.
"하고 싶은 일 열정적으로 할 여건이 마땅치 않은 대한민국 여의사"
그러나 우리사회 여성들, 특히 여의사들은 하고 싶은 일을 열정적으로 할 여건이 마땅치 않다.
의과대학 졸업과 함께 결혼, 자녀, 남편, 전공의, 대학원, 그리고 시부모와 부모 등등. 이런 키워드가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위에 열거한 키워드가 잘 조합이 되더라도 이 많은 일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 이중 하나가 제대로 되지 않고 꼬이기라도 하면 그때부터는 병원과 가정 생활 등이 엉망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주체적으로 이겨내기 위해서는 하고 싶은 일을 열정적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그런 환경은 본인 스스로 만들어야 하며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그동안 누군가 내게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 물으면 나는 좋은 아내이자 현명한 어머니인 '현모양처'가 되고 싶다고 했다. 현모양처로 내 인생의 반은 남편과 아이들에게, 나머지도 나의 것이 아닌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러나 이러한 바람은 학생 신분을 벗어나자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의과대학에 입학하고 수련의 과정을 거치고 결혼을 하면서 나에게 주어진 역할은 유능한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비롯해 아름다운 아내, 철학적인 엄마, 따뜻한 며느리와 딸, 그리고 과학적인 주부였다. 힘에 부쳤고, 짜증이 났으며 가끔은 아이에게 무례해지고, 남편에게 바가지를 긁으며, 환자에게 친절할 수 없었다.
"30대 중반에 고찰해보니 인생의 주인이 아니어서 방황하고 있는 나 자신 발견"
35세 나는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했다. 그렇게 문득 내 인생에 나는 없었고, 주위 사람만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꿈이 빠져 있는 내 인생을 나 스스로 만들어 놓고 주위 사람을 향해 짜증을 내고 있었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아니어서 방황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런 경험을 의대 학생과 전공의에게 이야기해 주곤 한다.
진정한 현모양처는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그래서 내가 나한테 반할 수 있는 여성, 자신있게 사는 여성, 본인이 본인으로 인해 행복한 사람이다.
그리하여 생성된 행복 바이러스를 남편에게, 또한 자식에게 전파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다양한 역할이 요구되는 현대사회의 '현모양처'라고 말해준다.
그대가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라 할지라도 인생의 반이 그대에게 있을 수는 없다. 이렇게 35세 쯤 내 인생 방향을 타인에서 나에게로 바꾸다보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열정적으로 하게 됐고,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서 젊은 여의사에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