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간호사 10명 중 7명은 최근 6개월 사이에 언어적 폭언이나 물리적 폭력 등 ‘직장 폭력’을 경험한 가운데, 이에 대한 대응 방법은 가해자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가 동료간호사일 경우 상급자에게 보고하거나 직접 반박하는 등 적극 대응했으나, 의사가 가해자일 경우에는 무시하거나 그런 일을 다시 당하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등 소극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았다.
박은준 한국방송통신대 간호학과 교수 연구팀(박승미 충북대 간호학과 교수·곽은주 혜전대 간호학과 교수·이예원 강북삼성병원 간호본부 간호사)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 ‘병원간호사의 직장 폭력 경험 실태 및 대응 체계에 대한 인식’을 최근 한국간호교육학회지에 게재했다.
박승미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22년 11월 14일부터 12월 22일까지 전국 40개 병원 중 자발적으로 동의한 간호사 1000명에게 언어를 포함한 '직장 내 폭력 경험'에 관해 물었다.
조사에 참여한 간호사의 50.3%(503명)는 상급종합병원 소속이고 종합병원 38%(380명), 병원 11.7%(117명) 등이다.
간호사 폭력 경험, 환자>의사>동료간호사 順
조사 결과, 가해자 및 폭력 유형에 상관없이 적어도 한 번 이상 직장 폭력을 경험한 간호사는 71.1%(711명)로 나타났다.
환자나 보호자 간병인 등에 의한 폭력이 가장 빈번하게 이뤄졌는데, 최근 6개월 내 이들에게 폭력을 경험한 간호사는 573명(57.3%)이었다. 이 중에는 소위 갑질에 해당하는 형태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동료 의사에게 폭력을 경험한 간호사는 24.6%(246명)로 집계됐다.
폭력을 유형별로 보면 전체 언어적 폭력이 23.6%(236명)로 가장 많았고, 물리적 폭력 21.1%(211명), 성희롱 4.0%(40명) 순이었다.
간호사가 의사에게 경험한 물리적 폭력 종류(중복응답 가능)로는 ▲험상 궂은 표정(73.2%) ▲화를 내며 병동 돌아다님(69.9%) ▲병원 물건을 발로 참(14.2%) ▲물건을 던지려고 함(5.7%) 등이 있었다.
또한 언어적 폭력은 ▲강압적 어조(82.1%) ▲반말(76.8%) ▲소리 지름(66.3%) ▲직종에 대해 무시하는 말(58.5%)로 나타났다.
의사에게 성희롱을 당한 경우는 ▲육체적 성희롱 2.1% (21명) ▲언어적 성희롱 1.6% (16명) ▲시각적 성희롱 0.5% (5명) 등이었다.
의사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간호사는 7.4%(74명)였다.
6.9%(69명)가 업무적으로 괴롭힘을 당했고 ▲업무 외 괴롭힘 1.7%(17명) ▲집단 괴롭힘 1.3%(13명) 등으로 파악됐다.
업무적 괴롭힘의 종류(중복응답 가능)로는 ▲본인업무 떠넘기기(82.4%) ▲과도한 업무 지시(71.6%) ▲업무 능력·성과 인정하지 않기(55.4%) ▲일을 안 주거나 허드렛일 강요(32.4%) 등으로 집계됐다.
최근 6개월 내 동료 간호사에게 폭력을 경험한 간호사도 21.4%(214명) 있었다.
유형별로 보면 전체 응답자의 15.8% (158명)가 물리적 폭력, 19.8% (198명)가 언어 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간호사 직장 폭력 노출, 환자 안전 문제 직결"
간호사들은 직장 폭력 가해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대응에 차이를 보였다.
동료 간호사가 가해자면 상급자에게 보고하거나 직접 반박하는 등 적극 대응했으나, 의사가 가해자일 경우 무시하거나 그런 일을 다시 당하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의사에 의한 물리적 폭력에 ▲별일 아닌 척 넘어간다(31.3%) ▲재발하지 않도록 조심했다(26.8%), 언어폭력에는 ▲무시(38.6%)했다는 응답이 많았다.
반면 동료 간호사에게 물리적 폭력을 당했다면 ▲상급자에게 보고(58.4%)했으며 ▲직접 불쾌감을 표시(45.8%)하는 경우가 다수였다.
연구팀은 "의사가 가해자일 경우에 폭력, 성희롱, 괴롭힘에 대한 간호사들의 대응은 대부분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며 상급자에게 보고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며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 여부에 대해 회의적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간호사가 직장 폭력에 노출되면 개인 문제 뿐 아니라 환자 진료 등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며 "언어폭력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소통을 피하게 된다면 환자 진료에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