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이스라엘 연구팀이 정자와 난자, 자궁 없이 유전적으로 변형되지 않은 배아줄기세포로 수정 14일 단계의 완전한 인간 배아모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스라엘 바이츠만연구소 제이컵 한나 박사팀은 7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서 화학물질로 인간 배아줄기세포의 분화를 유도, 수정 후 14일 단계의 정상 배아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세포와 3D구조까지 보여주는 '줄기세포 기반 배아 모델'(SEM)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인간 SEM이 구조적으로 정상적인 배아와 유사하지만 배아와 동일하지는 않다며 이 연구 결과가 이전에는 접근이 불가능했던 인간배아 착상 후 초기 발달 단계에 대한 실험적 연구를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후 첫 1주일은 장차 태아의 신체 기관으로 발달할 다양한 세포로 이루어진 배아가 만들어지는 시기로 인간 배아 발생은 물론 선천성 기형, 임신 초기 유산 등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관한 연구는 법적, 윤리적, 기술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대신 정상적인 인간 배아를 실험실에서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배아 모델을 만드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바이츠만연구소 연구팀은 앞서 쥐의 배아줄기세포에 화학물질을 첨가해 장관(intestinal tract), 초기 단계 뇌(腦), 박동하는 심장 등을 갖춰 초기 배아와 유사한 구조를 만들고 그 결과를 지난해 8월 국제학술지 '셀'(Cell)에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쥐 SEM을 만드는 데 사용할 방법을 인간 배아줄기세포에 적용해 착상 후 7~8일에서 13~14일 사이에 다양한 세포로 분화하면서 정상적인 인간배아와 유사한 3D 구조를 형성하는 인간 SEM을 만들었다. 14일 많은 국가에서 정상적인 배아에 대한 연구를 허용하는 법정 시한이다.
분화 유도 화학물질이 첨가된 배아줄기세포들은 분열하면서 인간배아 초기 단계에서 발견되는 네 가지 유형의 세포 120여 개로 분화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14일간 관찰한 결과 향후 배아(또는 태아)가 되는 배반포 세포(epiblast cells), 태반이 되는 영양막 세포(trophoblast cells), 초기 배아에 영양을 공급하는 난황낭(yolk sac)이 되는 내배엽 세포(hypoblast cells), 배아외중배엽 세포(extraembryonic mesoderm cells)가 형성됐다.
연구팀은 "이 인간 SEM이 이전 배아 모델들과는 달리 수정란 착상 후 나타나는 모든 계통과 구성요소, 구조적 조직 등 인간배아 발달의 교과서적인 특징들을 모두 재현했다며 이를 통해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인간배아 착상 후 초기 발달단계에 대한 실험적 연구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그러나 인간 SEM의 윤리적 측면과 관련해서는 120여 개로 분화한 배아 세포는 자궁 착상 단계가 이미 지난 것이라며 임신에 인간 SEM을 사용하는 것은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이며 실제로 가능하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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